
[점프볼=손대범] "전설적인 선수와 마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창원 LG 아셈 마레이는 뉴타이베이 킹스 베테랑과의 맞대결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LG는 19일 대만 신좡체육관에서 열린 EASL 조별리그에서 뉴타이베이에 87–93으로 패했다. 3쿼터까지 접전을 이어갔지만, 4쿼터 시작과 함께 연속 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외국선수 동시 출전이 가능한 EASL 규정을 활용해 마이클 에릭과 다시 호흡을 맞춘 마레이는 이날 19점 16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에릭도 21점 9리바운드를 올리며 첫 경기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상대 외국인 전력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특히 백전노장 사니 사카키니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초반부터 분위기를 장악했고, 이날도 25득점 9리바운드, 3점슛 8개 중 5개로 맹활약했다. 지난 10월 창원에서 열린 1차전에서도 그는 33점을 올린 바 있다.
1988년생으로 올해 37세인 사카키니는 팔레스타인 국적의 드문 프로 선수다. 성인이 된 뒤 중동 지역 팀에서 프로 커리어를 쌓았으며, 주로 요르단과 레바논에서 뛰었고 중국 리그에서도 활약했다.
마레이와는 국적도 다르고 선수 생활도 다른 길을 걸었지만, 두 선수는 첫 맞대결부터 서로에 대한 깊은 존중을 드러냈다. 사카키니는 당시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이렇게 맞대결한 것은 처음이다.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두 번째 맞대결도 초반부터 뜨거웠다. 경기 하루 전날 대만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코트에서는 양보 없는 몸싸움이 펼쳐졌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작은 사고도 있었다.
2쿼터에 마레이가 루즈볼을 살리다 던진 공이 사카키니의 급소를 맞힌 것이다.
사카키니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마레이는 바로 달려와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보통 같으면 화가 날 상황이지만, 사카키니는 친구를 보고 미소를 지었고 마레이 역시 민망한 듯 웃어 보였다. 사카키니는 “맞은 부위가 부위인지라 지금도 배가 아프다”며 웃으며 설명했다.
그는 “이건 정말 사고였다. 나중에 아랍어로 얘기하며 함께 웃었다”며 “복수하려고 했는데 기회가 없었다”고 농담했다.

마레이는 경기 후 사카키니를 향해 “중동·북아프리카에서는 전설”이라고 극찬했다.
“이 지역(동아시아)에서는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믿을 수 없는 선수이자 훌륭한 롤모델이다.”
대만 취재진이 이 말을 전하자 사카키니도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팔레스타인의 농구 환경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으며 “국가대표팀에서 16년을 뛰었지만 우리의 사정은 좋지 않았다. 늘 전력 차이를 느꼈고, 정신적·신체적 에너지 소모가 컸다”며 최근 대표팀에서 물러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대표팀에서의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은 현재 FIBA 랭킹 98위이며, 아시아컵 본선은 2015년 단 한 차례 출전했다. 지난 20년간 서아시아 챔피언십에서도 5승 20패에 그칠 만큼 환경은 녹록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도 사카키니가 오랜 시간 대표팀에 헌신해왔다며, 마레이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선수”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두 선수의 다음 맞대결은 이제 다른 국제 클럽대회(FIBA BCL 등)에서나 가능할 전망이다. 승패를 떠나 두 노장의 선의의 경쟁과 우정은 이날 EASL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사진=EAS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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