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대학농구리그 최강 고려대 졸업생, 프로무대 활약의 명과 암

이재범 / 기사승인 : 2019-11-14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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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대학농구리그는 2010년 출범했다. 오세근과 김선형의 중앙대가 원년 통합우승을 차지한 뒤 경희대가 김종규, 두경민, 김민구를 앞세워 대학농구 정상에 우뚝 섰다. 고려대는 경희대를 최고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며 3년 연속 챔피언,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이뤘다. 고려대를 대학 최강으로 이끈 선수들이 하나, 둘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이들이 고려대에서 보여준 기량을 KBL에서 발휘하고 있는지 되짚어보자.

※ 본 기사는 점프볼 11월호에 게재된 글이며, 2019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에 작성되었습니다.

고려대, 대학리그 최강자로 올라서다
고려대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며 2010년 대학농구리그 출범을 맞이했다. 2000년 이후 고려대를 이끌던 정광석, 이충희, 진효준, 임정명 감독에 이어 2009년 6년 이충희 감독이 다시 고려대 지휘봉을 잡는 듯 했다. 그렇지만, 계약기간을 남겨놓은 임정명 감독이 해임되지 않았고,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과 달리 이충희 감독이 정식 발령을 받은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황에 빠졌다. 팀은 하나인데 감독은 둘이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이충희 감독은 9월 연세대와 정기전까지만 감독을 맡은 뒤 물러났고, 다시 복귀한 임정명 감독은 12월을 끝으로 고려대를 떠났다.

고려대는 이민형 감독을 새롭게 선임한 뒤 대학농구리그 출범을 준비했다. 대학농구리그 개막을 앞두고 열린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에서 4강에 진출한 고려대는 대학농구리그에서 부침을 겪었다. 하재필(전 KGC)과 방경수(전 삼성)가 졸업해 장신 빅맨은 유성호(DB)와 갓 입학한 이정제(KT) 정도였다. 오세근(KGC)과 김종규(DB)가 버티는 중앙대와 경희대, 김승원(SK)과 김민욱(KT)의 연세대를 상대하기에는 벅찼다. 최부경(SK)이 건재한 건국대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개막 5연패로 대학농구리그를 시작한 고려대는 약팀들을 차근차근 제압하며 1승씩 차곡차곡 쌓았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전력을 다져나간 고려대는 2010년 대학농구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라이벌 연세대를 62-61로 꺾고 11승 11패, 5할 승률로 5위를 차지했다. 고려대는 2011년 역시 5위에 머물렀다. 다만, 14승 8패로 전 시즌 대비 +3승을 더 챙기며 승률 63.6%로 끌어올렸다. 특히, 2011년 연세대와 정기전에서 1쿼터 한 때 22점 차이의 열세(6-28)를 뒤집고 역전승을 거둔 뒤 강팀다운 면모를 찾기 시작했다.

고려대는 대학농구리그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차례로 승률 50.0%(11승 11패)→ 64.6%(14승 8패)→ 81.1%(18승 4패)→ 87.5%(14승 2패)→ 100%(16전승)로 점점 끌어올렸다. 플레이오프에서도 6강과 두 번의 4강에 이어 2013년 챔피언에 등극했으며, 2014년과 2015년에는 통합우승까지 차지했다. 고려대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대학농구리그에서 단 2패만 당하는 등 78승 2패, 승률 97.5%(정규리그 기준)를 기록했다.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은 당연한 결과였다. 2019년 대학농구리그에서 전력이 약해질 거라는 우려에도 연세대와 13승 3패, 동률을 이뤘음에도 승자승 원칙에 따라 2위로 밀렸다. 최근 챔피언결정전에서 연세대에게 3년 연속 패하고, 올해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성균관대에게 졌다고 해도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에서 우승한 고려대가 대학농구 최고의 팀으로 군림한 건 분명하다.


고려대를 최강으로 이끈 선수들
대학농구리그 중위권으로 출발했던 고려대가 정상으로 발돋움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선수를 꼽는다면 박재현(오리온)과 이승현(오리온), 이종현(현대모비스)이다. 박재현이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이승현이 그 위에 든든한 기둥 역할을 했다면, 이종현이 최강의 팀으로 거듭나는데 정점을 찍었다. 박재현은 고학년임에도 욕심을 부리지 않고 희생과 리더십을 발휘해 고려대 선수들이 모두 하나의 팀으로 똘똘 뭉치는데 기여했다. ‘두목호랑이’라는 별명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승현이 가세한 고려대는 어느 팀에게도 쉽게 지지 않았다. 고려대는 이종현이 입학한 이후 연패를 한 번도 당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종현이 출전한 정규리그 49경기에서 단 한 번 졌다. 고려대는 2016년 연세대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이종현이 결장해 4년 연속 챔피언 등극에 실패했다.

고려대가 세 선수의 활약만으로 챔피언에 등극한 건 아니다. 김지후(상무)는 2학년부터 경기당 2개 이상 3점슛을 터트리며 높이의 위력을 배가시켰다. 1학년 때 슈터로서 주목 받았던 문성곤(KGC)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고려대의 장기 중 하나가 3-2 변형 지역방어(3-2 포인트 드랍존)인데 그 중심의 역할을 맡았다. 이동엽(상무)은 장신 가드로서 활약했고, 강상재(전자랜드)와 최성모(KT)도 고려대가 최강의 전력을 유지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했다. 이종현이 졸업한 뒤 김낙현(전자랜드), 박준영(KT), 전현우(전자랜드) 등이 주축으로 활약해 정규리그 5연패 역사를 이어나갔다.


대학시절보다 잘 하는 선수 : 강상재와 김낙현
대학농구리그를 꾸준하게 지켜본 프로구단 스카우트와 코치들에게 고려대 졸업생 중 대학시절보다 프로에서 더 잘 하는 선수가 누구인지 물었다. ‘대학보다 잘 하는 선수’라는 조건을 붙였기 때문에 이승현은 제외되었다. 2015-2016시즌 플레이오프 MVP인 이승현은 프로에서 이 정도 해줄 수 있는 선수로 여겨졌다. 물론 대학 시절에는 포스트업 등으로 골밑 공격을 더 활발하게 했지만, 외국선수가 버티는 프로에선 수비에 치중하며 외곽 공격을 좀 더 많이 시도한다.

공통적으로 언급된 기량 발전 선수는 강상재와 김낙현이다. A스카우트는 “강상재와 김낙현이 실력을 유지하거나 퇴보하지 않은 선수”라고 했다. B스카우트는 “강상재는 고교 시절 센터여서 빠른 선수가 아니었다. 프로에서 농구를 알고 빈 자리를 찾아가는 게 나아졌다. 중요할 때 해결사 역할을 해주고, 3점슛과 리바운드 역할이 더 커졌다”며 “김낙현은 가진 장점을 많이 살렸다. 경기 운영보다 공격을 잘하는 가드였는데 전자랜드에서 (김낙현에게) 스크린을 걸어주는 등 장점인 공격 능력을 잘 살려줬다”고 강상재와 김낙현이 좋아진 부분을 설명했다.

강상재는 2016년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이하 드래프트)에서 이종현, 최준용(SK)에 이어 3순위로 뽑혔다. 현재 활약만 놓고 보면 이종현, 최준용에 버금간다. C코치는 “강상재는 (프로에서) 출전시간을 꾸준하게 부여 받았다. 대학시절 가장 큰 장점이 슛이고, 나머지는 약한, 슛 하나만 가진 선수로 봤다”며 “운동 능력도, 힘도, 농구 센스도 좋은 게 아니었음에도 다재다능한 매력을 보여준다. 수비에서도 예상보다 잘 버텨주는 등 전자랜드에서 잘 활용했다”고 강상재가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드래프트 예상 지명 순위를 정할 때 잠재력을 좀 더 높게 본다. 그렇기 때문에 강상재보다 이종현과 최준용이 앞에 뽑히는 게 맞다. 그렇지만, 잠재능력에는 희망이 포함되어 있다. 재능이 분명 더 있는 선수들인데 그 희망대로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김낙현은 2017년 드래프트에서 6순위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로터리픽(1~4순위) 후보 중 한 명이었던 김낙현은 양홍석(KT)과 유현준(KCC)의 이른 프로무대 도전으로 6순위까지 밀렸다. 확실한 장점에 비해 단점도 분명했다. 드래프트 당시 김낙현의 평가를 들어보면 “2대2 플레이와 외곽슛 능력을 인정한다. 승부처에서 대담하고, 잘 한다. 농구 센스가 있고, 슈팅 밸런스도 좋다. 원 드리블, 투 드리블 후 점퍼 등 공격력에 장점이 많고, 쓸데없는 실책도 없다”는 장점과 함께 “경기 운영과 패스 능력이 떨어지고, 스피드도 빠르지 않다. 슈팅가드를 봐야 하는데 신장이 작고, 단신 외국선수까지 있다”는 게 단점이었다. 김낙현은 슛이라는 장점을 확실히 살렸다. 특히, 2019-2020시즌 초반 가장 기량이 향상된 선수 중 한 명으로 주목 받고 있다. C코치는 “결국 슛이다. 슛이 있어야 꾸준하게 활약할 수 있다”고 했다.


노력 끝에 기회를 잡는 최성원
B스카우트는 “최성원(SK)이 식스맨으로 20분 정도 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중고등학교 때 크게 두각을 나타낸 건 아니지만, 이름값 있는 선수들에게 가려진 면도 있다”며 “센스나 킥아웃 패스가 워낙 좋았던 선수다. SK에서 하고자 하는 마음을 잘 끌어냈다. 안 보여줬던 것과 못 보여준 걸 보여주고 있다. 우동현(SK)이나 다른 선수들이 있는데도 최성원을 기용하는 건 최성원만의 뭔가 있다는 거다”고 최성원의 활약에 주목했다. D해설위원은 “김선형이 공격에 집중하는데 최성원은 식스맨으로 들어가 수비에 치중한다”며 “예전 최원혁이 하던 역할을 이어받았다”고 했다.

SK 문경은 감독은 2017년 드래프트를 앞두고 박형철(KGC)을 울산 현대모비스로 보내는 대신 2라운드 지명권 순위(17순위↔13순위)를 맞바꿨다. 예상 지명 순위가 2라운드 초반이었던 최성원을 뽑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13순위로 최성원을 뽑았다. 문경은 감독은 최원혁(상무)과 이현석이 입대한 뒤 최성원에게 두 선수가 맡았던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그렇지만, 최원혁과 이현석은 2018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지원했으나, 탈락했다. 최성원에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최성원은 2018-2019시즌까지 제대로 출전기회를 받지 못했다. 2018-2019시즌이 끝난 뒤 최원혁과 이현석이 입대하자 최성원에게 기회가 왔다.

D해설위원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코트에 들어가서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자신감 없는 플레이를 하거나,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지 못하면 다시 출전기회를 받지 못한다. 최성원은 자신에게 돌아온 기회를 꽉 붙들었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최성원은 지난 10월 9일 창원 LG와 맞대결에서 승리한 뒤 “한 경기를 뛰기 위해서 2년 전부터 준비했다. 경기를 못 뛰어도 전 경기를 찾아보고,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지 생각을 했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 경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며 “너무 힘들었다.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했다. 살아남고 싶어서 긍정적인 생각을 했고, 부모님께서 도움을 주셔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힘든 시기를 돌아봤다.

문경은 감독은 최성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9월 마카오에서 열린 터리픽 12에 최성원까지 포함해 13명의 선수를 데리고 갔다. 랜스 스티븐슨을 막는 수비도 맡겨 자신감을 심어줬다. 최성원은 “(스티븐슨을 수비하는 경험을 해서) 자신감을 얻었다. 감독님께서 기용해주시니까 부족해도 자신감으로 한다”고 했다. 아직까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자신감을 찾은 최성원은 뒤늦게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센터들에게 가려졌던 고려대 가드
D해설위원은 “고려대에 입학할 정도면 고교 시절 잘 했던 선수들이다. 이들이 프로에서 잘 하려면 부상을 당하지 않고, 몸 관리를 잘 해야 하며, 자기와 맞는 팀에 가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경기를 뛴다”며 “프로에서 부진한 건 부상을 당했거나, 자기 포지션 선수들과 경쟁에서 밀려서 뛰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는 고려대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적용되는 말이지만, ‘고려대’하면 유독 가드들이 프로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허훈(KT)은 프로에서 맞붙고 있는 고려대 가드들에 대한 의견을 묻자 “고려대는 워낙 센터가 좋아서 이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승현이 형과 (이)종현이 형이 있어서 프로 팀도 이기는데 우리가 어떻게 이기나?”라며 웃은 뒤 “그렇지만, 거기에 너무 몰두하지 않았나 싶다. 가드들이 기량도 좋고, 재능도 있지만, 그 때 빛을 보지 못했다. 물론 (김)낙현이는 지금 잘 하고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어 “고려대는 센터가 강해서 센터 중심으로 경기를 했는데 연세대는 자기 중심이 강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웃음). 최준용, 천기범(삼성), 나, 우리 형(허웅)은 볼을 잡으면 1대1이었다”고 덧붙였다.

김태술(삼성)은 “고려대는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들이 많다. 프로에는 공격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라서 앨런 아이버슨처럼 득점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가드는) 패스를 해야 한다”며 “공격을 많이 했던 선수가 패스를 해야 하니까 헷갈리는 거다. 개인 성향이 공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고등학교까지 그렇게 농구를 했다면 고치기 쉽지 않다”고 고려대 출신 가드들이 프로에서 부진한 이유를 공격 성향으로 꼽았다. 이어 “저는 연세대에 들어가서 포인트가드의 정의에 맞게 농구를 배웠다. 경기가 안 풀릴 때 패턴을 부르는 타이밍이나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하는지, 가드는 언제 슛을 던지는 게 좋은지 배웠다. 그런 걸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가르쳐주면서 내려가니까 좀 낫지 않나 싶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덧붙였다.

김태술은 “연세대 성향을 가진 선수가 연세대를 입학했다.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학교를 선택한다. 제 동기나 1년 선배 중 공격 성향이 강했던 장신 가드들이 고려대에 갔다. 비슷한 플레이를 하는 선배가 있어서 패스를 해야 많이 뛰는데 예전 플레이를 고집했다”며 “그러면 프로에 왔을 때 다른 선수보다 잘 하는 뭔가 있어야 하는데 슈터보다 슛이 엄청 좋은 것도 아니고, 경기 운영을 잘 하는 것도 아니었다”고 자신의 의견을 계속 들려줬다.


1순위답지 못한 박준영
A스카우트는 “고려대 출신 중 부진한 선수는 (박)준영이가 독보적이다”며 “준영이는 대학에만 맞는 선수라서 스카우트들은 프로에서 활용하기 힘들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페인트존에서만 득점을 하고, 간혹 하이 포스트에서 점퍼와 외곽슛을 던졌다. 신장 대비 느려서 포지션 변경도 쉽지 않다고 봤다. 프로에선 장기인 포스트업을 못하고, 힘이 세지 않은데다 발도 느려서 외곽수비도 안 될 거라고 예상했다”고 대학시절 박준영 평가를 꺼냈다.

박준영은 2018년 드래프트 1순위다. 지난 시즌에는 몸 상태 등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는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비시즌을 소화한 이번 시즌마저 크게 중용 받지 못하고 있다. KT 서동철 감독은 10월 17일 전주 KCC와 경기를 앞두고 “(박)준영이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위축되어 있다. 마음 편하게 플레이를 하라고 선발로 내보낸다”고 했다. KCC에게 승리한 뒤에는 “경기에 나서는 선수이고,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두드러지게 잘 하지 않았지만,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니라서 기용 시간을 조금 길게 가져갔다”고 예상보다 길게 출전(29분 25초, 데뷔 후 최장 출전)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박준영은 나머지 경기에선 10분 미만으로 뛰거나 아예 출전선수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아직까지 1순위다운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C코치는 박준영이 부진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고려대가 박재현, 문성곤, 이승현, 이종현 등이 있을 때 좋은 팀이었다. 팀이 잘 하는 건데 선수들은 ‘자기가 농구를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프로에 맞는 농구를 하지 않고, 그걸(고쳐야 하는 부분) 받아들이는 것도 늦다”며 “빠르게 적응해서 잘 하는 선수들은 자신이 뭐가 부족한지 알고 그걸 보완하고, 채우려고 하고,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근거 없는 자신감만 가지고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고, 억지로 시켜도 무의미하게 시간만 보낸다”고 프로에서 부진한 선수들의 예를 들었다.

이어 “잘 하는 기준이 KBL 최고 선수들이 되어야 하는데, 자기의 장점으로 생각한다. 그걸 깨닫게 하려고 하면 안 받아들이고, 오히려 지적한다며 싫어한다. 그러면서 시간을 허비한다”며 “코칭스태프는 수비와 리바운드를 안 하면 지적하는데 선수는 공격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되어야 하는 공격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C코치의 지적은 박준영이 아니라 재능이 있음에도 부진한 모든 선수들에게 적용된다. B스카우트 역시 프로에서 부진한 선수들의 이유를 묻자 “’예전에 이렇게 했는데’라며 안 고친 게 아닌가? 엘리트 코스를 밟고 좋은 선수들과 했기 뛰었기 때문에 자기만의 생각과 색깔이 강하다. 그러면서도 정신력이 약하다”며 “어떤 선수는 열심히 단점을 고치려고 하는데 그 노력의 결과를 못 보여준다. 그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슛이 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C코치의 의견에 동의했다.

박준영은 1순위보다 좀 더 낮은 순위에 뽑혔다면 지금보다 더 나았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C코치는 “별 기대를 안 하면 잘 하는 선수가 있다. 함지훈이 그렇다. 함지훈도 만약 1순위에 뽑혔으면 지금과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박준영이 원래 가진 장점을 조금이라도 보여주려면 1순위라는 부담감부터 떨친 뒤 코트에 나설 수 있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전자랜드가 신인선수를 기용하는 방법
최근 고려대 졸업생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는 강상재와 김낙현이다. 여기에 전현우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세 선수는 모두 전자랜드 소속이다. 전자랜드 김태진 코치는 “우리는 고려대 선수들의 특성을 알고 난 뒤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바로 기용하면 탈이 나니까 데뷔를 1~2달 늦추더라도 몸을 만들고 기용하자고 했다”며 “(강)상재도, (김)낙현이도 대학 1, 2학년 때 봤던 몸이 아니었다. 우승을 계속 하니까 경기만 뛰었던 거다. (팀 합류 후 테스트 결과) 낙현이가 6순위까지 떨어진 이유를 알겠더라. (전)현우는 더 심해서 몸이 안 좋다던 소문이 맞았다”고 세 선수가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경기를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고 기억했다. 김태진 코치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몸이 좋아지니까 낙현이는 기량이 발전했고, 상재는 기량이 살아나고, 현우는 자기 스타일이 나오는 거다. 낙현이는 자기 득점만 봤던 선수인데 어시스트를 하니까 상대 수비가 힘들어한다. 상재는 들어가던 슛 성공률이 더 좋아졌다. 슈터인 현우는 슛이 들어가고 있는데 수비를 보완해야 한다. 상재는 비시즌 휴식시간에 역도 훈련을 했는데 팀 훈련을 시작한 후에도 역도 훈련하는 시간을 계속 지켰다. 낙현이는 역도 훈련보다 스킬 훈련으로 부족한 걸 채웠다. 연세대나 고려대에 들어갔으면 한 가닥 했던 선수들이라서 각자에게 맞게 훈련 시스템을 적용해서 몸을 만드니까 기량이 나오는 거다.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잘 맞았다.”

대학 최고의 팀에서 활약했던 고려대 선수들이 프로무대에서도 펄펄 날아다닐 거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다른 대학 선수들은 어쩌면 기대보다 잘 하기 때문에 더 두드러진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이 꾸준하게 몸 관리를 하고, 기량 향상과 출전 기회를 받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구단은 선수에게 맞는 훈련을 시키고, 출전 기회를 줘야 한다.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해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가 잘 어우러질 때 고려대 출신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은 두각과 도태라는 갈림길에 선다.


# 사진_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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