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책임감을 잃지 않았던 베테랑은 결국 감독을 웃게 했다.
원주 DB는 지난 17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서울 SK와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 83-77로 승리했다. 지난달 시즌 첫 맞대결에서도 승리를 거뒀던 DB는 허웅의 부상 공백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집중력을 한껏 끌어올리며 값진 승리를 챙겼다.
이날 승리의 일등 공신은 단연 칼렙 그린이었다. 지난 15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첫 20득점 이상 경기(29득점)를 펼쳤던 그린은 이날 40득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 1스틸로 전방위 활약을 펼치며 DB의 연패 위기 탈출에 앞장섰다. 40득점은 올 시즌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 2위(1위는 마이크 해리스의 41득점)에 해당하는 폭발력이었다.
올 시즌 DB가 끊이지 않는 부상 악재를 맞으면서, 최근 들어 그린의 비중은 의도치 않게 커져야 했다. 이상범 감독도 그린을 영입 당시 계획과는 조금 다르게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 SK 전을 앞두고 만났던 이상범 감독은 “그린은 우리 팀이 군 제대 선수까지 돌아와서 100% 전력이 됐을 때 활용할 어시스트 능력을 보고 데려온 선수다. 하지만, 지금은 부상자가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린에게도 어시스트보다는 장기인 3점슛을 살려 직접 해결해 달라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그린은 허웅이 부상을 당한 KGC인삼공사 전에서 시즌 처음으로 20득점 이상 경기(29득점)를 해냈고, SK 전에서는 더 뜨겁게 폭발하며 승리를 견인한 것이다.
팀이 가장 큰 위기를 맞았을 때 베테랑은 든든하게 중심을 잡았다. 사실 이상범 감독은 그린에게 큰 걱정이 없었다. 최근 그린이 3점슛 오픈 찬스에서도 돌파를 하거나 어시스트를 고집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이상범 감독은 “그린이 팀을 생각해 안정적인 길을 먼저 택하다보니 그런 모습이 나온다”며 크게 개의치 않았다.

베테랑에 대한 믿음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상범 감독이 그린에게 큰 걱정을 하지 않기 시작한 건 개막 4연승을 달렸던 10월 13일 창원 LG와의 원정경기로 돌아간다. 당시 1쿼터에 벤치에 머물렀던 그린은 2쿼터 10분을 모두 뛰며 14득점(3점슛 2/4) 1리바운드 1스틸 1블록으로 제 몫을 다해냈다. 슛감도 나쁘지 않았기에 31-28로 전반을 마쳤던 DB로서는 격차를 벌리기 위해 공격적인 그린을 후반에 쓸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이 때 이상범 감독은 수비 및 높이 강화를 위해 후반 20분 동안 치나누 오누아쿠를 투입했다.
이때 벤치에서 이상범 감독은 그린에게 “슛감이 좋았는데 벤치로 돌아오게 해서 미안하다. 팀 수비를 위한 교체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감독의 말에 나온 그린의 답변은 베테랑으로서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답변이었다. 이상범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그린이 그때 불러들여서 미안하다고 하니까 ‘헤드 코치는 선수에게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언제 투입이 되더라도 경기에 뛸 준비는 내가 하는 거다’라고 하더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현재까지 정규리그 15경기를 치른 가운데 그린은 평균 16분 48초를 뛰며 14.9득점 5.1리바운드 2.6어시스트 0.7스틸의 고효율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시간 대비 득점만 보더라도 1분 당 한 점에 가까운 결과를 내놓는다. 정규리그 10경기 이상을 치른 선수들 중에서도 그린은 PER(선수효율성지수) 2위(34.3, 1위는 캐디 라렌 37.0)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SK 전 수훈선수 자격으로 인터뷰실을 찾았을 때도 그린은 "감독님이 공격을 적극적으로 하라 하셔서 했지만, 내가 지향하는 농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닌 팀원들이 함께하는 농구다. 또, 오누아쿠는 아직 어린 선수라 시간이 줄어들면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 나보다는 오누아쿠가 더 많이 뛰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시즌은 길기 때문에 시간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재차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성숙한 그린을 바라보며 이상범 감독은 “그린은 자신이 플레이가 부족했다 싶으면 쉬는 날을 가리지 않고 아침부터 체육관에 스스로 나와 경기에 뛸 준비를 한다”며 든든함을 표하고 있다. 이에 그린은 SK 전에서 값진 승리를 견인하고 팀을 연승으로 이끌기 위한 준비 시간 3일을 받았다. DB가 오는 21일 부산 KT와의 원정 경기에서 한 달 만에 연승 소식을 전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다시 그린이 든든하게 서있을지 주목된다.
#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박상혁, 윤희곤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