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민준구 기자] 전창진 감독은 그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왔다. 대부분의 감독들처럼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었고 밑바닥부터 정상까지 치고 올라온 인생 승리자였다. 불미스러운 일로 인한 문제는 잠시 접어두자. 2002-2003시즌부터 10년 넘게 지도자로 살아온 전창진 감독의 농구 철학은 과연 무엇일까.
※ 본 인터뷰는 11월 20일에 진행됐습니다.
용산고-고려대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전창진 감독. 그러나 현역 시절 얻은 큰 부상으로 인해 비교적 이른 은퇴를 선언해야 했다. 이후 그의 삶은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삼성전자 농구단의 주무로서 대부분의 업무를 홀로 소화해야 했다. 1998년부터 코치 생활을 시작한 전창진 감독은 이듬해 TG삼보로 옮겼고 2001-2002시즌에는 감독대행까지 맡게 된다.
2002-2003시즌, 첫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초짜’였음에도 전창진 감독은 KBL 정상에 섰다. 이후 2004-2005, 2007-2008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명장의 반열에 오른다. 새로운 도전을 꿈꾼 그는 KT로 향하면서 제대로 평가받게 된다. 약체였던 KT는 2009-2010시즌 정규리그 2위, 2010-2011시즌 정규경기 1위에 올랐고 전창진 감독 역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오랜 시간 쌓아온 지도자 경험은 자신만의 확고한 농구 철학을 가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렇다면 전창진 감독이 바라본 KBL, 그리고 지도자 및 선수들이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Q. 과거에 비해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진다는 혹평이 있는데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요즘 말로 ‘꼰대’ 같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겠지만 옛날에 비해 NBA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눈높이가 안 맞는 느낌이다. 과거 농구대잔치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NBA를 보려면 정말 힘들게 공을 들여야 했다. 근데 지금은 쉽게 볼 수 있는 만큼 그에 따라 팬들이나 선수들의 눈높이도 같이 높아졌다. NBA는 코트에 나서는 5명의 선수들이 모두 좋은 기량을 갖고 있다. 솔직히 말해 현재 우리는 그 정도 수준까지 올라서지는 못했다. 화려한 플레이가 많이 나오면 좋겠지만 코트에서 보여줄 수 있는 선수는 한정적이다. 신체 조건, 개인 기량 등 여러 부분이 팬들의 눈높이까지 맞출 수 없다. 어쩌면 지금의 문제가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
Q. 과도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어린 선수들일수록 NBA를 자주 보더라. 개인 기술에 대한 생각은 많이 갖고 있는데 몸과 마음이 같이 따라가지를 않는다. 과거에 비해 현재 KBL은 정말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숙소 폐쇄부터 시즌 종료 후 두 달 간의 훈련 금지 등 예전처럼 많은 시간을 투자해 실력을 키울 수가 없다. 기량이 좋은 선수들에게는 어떤 자유를 줘도 상관없다. 하나, 더 성장해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프로 스포츠인 만큼 비즈니스적인 요소가 있는 건 동의한다. 그러나 NBA와 KBL은 다르다. 행정이나 운영 방침 등이 그렇다. 옛날 사람처럼 볼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서로의 견해는 다를 수 있다.
Q. 점점 떨어지고 있는 자유투 성공률 역시 과도기의 산물일까?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자유투는 정신적인 부분이 크게 좌우된다고 본다. 젊은 선수들에게 부족한 부분이지 않을까. 내 견해와 다른 사람의 견해가 다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농구는 팀플레이다. 또 외국선수가 있는 만큼 맞춰볼 시간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 시간이 부족하다.
Q. 앞서 언급한 모든 내용이 감독님의 지도 스타일과 비슷하다. 높은 자유도보다 조직적인 농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 감독이 됐을 때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에 독학해야 했다. 여러 방법을 찾다 보니 정해진 틀 안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농구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농구 스타일이 바뀌었고 나 역시 변화가 찾아왔다. 예전에는 앞에 수비가 없어도 3점슛보다는 2점슛을 더 선호했다. 리바운드해줄 동료가 없으면 공격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했었다. 근데 지금은 다르다. 조직적이면서 빠른 농구를 추구한다. 많은 사람들이 트랜지션을 강조하는데 핵심은 수비다. 5대5 농구는 득점 확률이 낮다. 수비 후의 속공을 계속 이야기하는 이유다. 과거와 현재의 농구를 접목하려 노력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야 재밌는 경기를 할 수 있다.

Q. 감독님의 지도 철학을 후배 양성을 위해 전할 생각이 있나?
감독으로서의 지도 철학은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 나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감독이 됐다. 첫 시즌부터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정말 많은 감독님들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또 계속 이기다가 한 번 지면 밤새 비디오를 보면서 패인에 대해 찾기도 했다. 밤잠을 설친 것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지도 철학은 자신의 주관을 가져야 생긴다. 자신이 믿는 그대로 나아가면서 유연하게 대처할 줄도 알아야 한다.
예전에는 정말 혹독하게 훈련했다. KT 시절에는 체육관에 시계가 없어서 지쳐 쓰러질 때까지 뛰었다. 저녁 식사 시간을 훌쩍 넘겼는데도 훈련이 끝나지 않은 적도 많았다. 모든 사람들이 퇴근했지만 식당 아주머니들은 묵묵히 기다리신 뒤 식사를 제공해주시고 떠난 적도 비일비재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지만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성적도 좋았다. 지도자는 자신이 세운 계획에 따라 미친 듯 노력해야 한다. 선수들 역시 따라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게 지도자다.
Q. KCC로 복귀한 후 팬 서비스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전창진이 간다’는 신선한 이벤트였는데.
복귀 후 이슈가 됐고 부정적인 시선도 많았다.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 있는 상태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 오랜 시간 나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적어도 KCC 팬들에게는 나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류재융 홍보과장과 함께 여러 이야기를 했고 홈 경기 전날에 식사 자리라도 마련하려 했다. 다른 뜻은 없다. 사실 경기 전날은 많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내가 더 노력하면 팬들이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계속 진행하는 것이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만났고 여러 이야기를 통해 오해를 풀기도 했다. 이런 시간들이 앞으로 더 많이 필요하다고 본다.
Q. ‘전창진이 간다’ 이후의 이벤트를 기대해도 좋을까?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만들고 싶다. 경기 승리 후 선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 역시 내가 추천한 것이다. 팬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가식적이라는 평가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심으로 봐줬으면 한다. 전주, 그리고 KCC 팬들에게 우리가 높이 올라갈 때까지 응원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 전창진 감독과 찰스 로드의 이야기
# 사진_점프볼 DB(신승규,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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