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농구인] KB스타즈 박지수 “10년 뒤에도 건강히 뛰고 싶어요!”

민준구 / 기사승인 : 2019-12-03 0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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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한국여자농구 ‘新여제’ 박지수의 2019년은 행복 그 자체였다. KB스타즈의 창단 첫 통합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고 최연소 통합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10대 시절부터 한국여자농구의 미래로 불린 박지수는 기대에 부응하듯 매해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WKBL을 제패한 그는 나태해질 수도 있었지만 다시 한 번 WNBA로 넘어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정상에 섰음에도 박지수는 단 한 순간도 쉬어가지 않았다. 다사다난했던 2019년을 힘차게 달려온 그에게 '올해의 농구인' 여자선수 부문 수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박지수가 '올해의 농구인' 으로 선정된 건 올해가 벌써 다섯 번째다. 분당경영고 재학시절부터 이미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해왔고, 여간해서는 이 자리를 대체할 선수를 찾는게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에는 혜성처럼 등장한 박지현(우리은행)에게 수상자 자리를 내줬지만 이를 탈환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이제는 익숙해질 수도 있는 자리이지만 박지수는 여전히 손사래를 치고 있다. 자신은 특별하지 않다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유로 말이다.

Q. 다시 한 번 '올해의 농구인' 수상자가 됐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특별히 이룬 게 없는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이 투표해주셔서(웃음). 상이라는 건 매번 받을 때마다 감사하다는 이야기밖에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개인 통산 5번째 수상입니다. 지난해에는 박지현이 수상하면서 연속 기록이 깨졌어요.

(박)지현이가 받을 만했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이슈를 낳았고 또 잘해줬잖아요. 신인상도 받았고요. 하하. 그래서 아쉬운 마음은 없었어요.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번에 또 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놀랍고 기분이 좋아요.

Q. 많은 것을 이룬 2019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떠오르는 순간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창단 첫 통합우승을 했을 때가 아닐까요? 2019년에 온전히 이룬 일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정상에 선 만큼 정말 기뻤어요.

Q. 아쉬웠던 순간 역시 있을 것 같은데요?

가장 아쉬운 건 2019-2020시즌에 전승을 하지 못한 일인 것 같아요. 벌써 우리은행한테 한 번 졌거든요(웃음). 2019년 막바지에 아쉬운 일이 생겨서 조금 슬퍼요.

Q. 통합우승 및 통합 MVP는 어느 누구도 쉽게 이루기 힘든 일이에요. 굉장히 특별할 것 같습니다.

사실 중, 고등학교 때도 우승을 해봤지만 아주 잠깐 누릴 수 있는 기쁨이라고 생각해요. 운동선수에게 우승이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것과 같잖아요? 지난 시즌 정말 많은 것을 이뤘지만 다시 여름이 찾아왔고 또 새로운 시즌이 시작됐어요. 도전자의 입장보다 정상을 지키는 입장이 더 힘든 것 같아요. 부담감도 크고 우리은행에 졌다는 게 속상해요. 다시 시작해야죠. 처음부터 차근차근 맞춰가면서 다시 정상에 설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Q. 이제 ‘박지수’라는 이름은 프로 스포츠의 명품 브랜드가 됐어요. 앞으로 깨지지 않을 것 같은 기록도 연달아 세우고 있으니 더욱 특별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많이 부담스러워요. 예전에 인터뷰에서도 한 번 말한 적이 있는데 기록이라는 건 깨지라고 있는 거잖아요. 제가 세운 기록을 다음에 후배들이 분명 넘어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Q. 최고의 자리에 오른 만큼 평가 역시 점점 더 냉혹해질 거예요.

당연하죠(웃음). 그래도 이겨낼 수 있어요. 한국에만 있으면 나태해질 수 있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제 한계를 실험하다 보니 냉혹한 평가에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해요.



박지수는 이미 WKBL의 정상에 오른 최고의 선수다. 프로 선수로서 진정한 가치 평가가 될 수 있는 연봉 역시 박혜진(우리은행)과 함께 3억원을 받으며 인정받았다. 그러나 만족이란 없었다. 2018-2019시즌 종료 후 곧바로 미국으로 넘어가 다시 WNBA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는 긍정적이지 못했지만 도전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Q. 2년 연속 WNBA에 도전했어요. 잠시도 쉬지 않고 도전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나태해질 것 같아서요. 지난해 WNBA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지 않았다면 통합우승, 통합 MVP도 제 것이 아니었겠죠? 아마 똑같은 결과가 있었더라도 앞으로 적당히 했을 것 같았어요. WNBA에서의 첫 해는 적응의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올해는 정말 더 힘들었어요. ‘내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선수였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래서인지 나태해질 수가 없어요. 쉴 수도 없고요.

Q. ‘도전’이란 의미 이상을 바라보기 힘든 시즌이었잖아요. 첫 해에 비해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으니까요.

이번에는 중도 포기하고 한국에 다시 돌아오고 싶었어요. 그 정도로 정말 힘들었죠. 한 시즌이 끝나면 (빌 레임비어)감독님과 일대일 미팅을 하는데 속에 있는 이야기를 모두 했어요. 너무 힘들었고 이대로 벤치에만 앉혀둘 거면 트레이드를 해주든지 아니면 미국에 오지 않겠다고 말했죠. 감독님은 상황이 좋지 않았고,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사실 시즌 중반에 트레이드 요청이 왔었는데 감독님이 거절했고 앞으로도 보내줄 생각이 없다고 했거든요.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어요(웃음). 다시 돌아가면 전담 코치도 붙여주겠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 말하니 마음이 풀린 채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Q.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된 시기였을 것 같아요.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나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죠. 그래도 신경 쓰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그저 주어진 시간에 제가 잘하면 기회가 돌아올 거라고 믿었으니까요.

Q. WKBL과 WNBA는 분명 큰 차이가 있잖아요. 직접 경험해보면 어떤 부분이 크게 다른가요?

일단 속도감이 달라요. 한국에서도 가드 언니들을 막을 때 참 빠르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은 센터들도 그 정도 스피드를 가지고 있어요. WNBA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일단 빠르다고 생각하면 돼요. 시즌 중반 이후부터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출전 기회가 적다 보니 적응의 시간이 길었죠.

Q. 빌 레임비어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주로 해주나요?

훈련하다 보면 한국에서처럼 양보하는 모습을 많이 지적하셨어요. 위축되지 말고 제가 하고 싶은 모든 걸 코트에 쏟아내라고 하시거든요. 무엇보다 자신감을 잃지 말라고 자주 말씀해주셨어요. 공격에서 한 번 실수하면 수비만 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었는데 자신감 있게 슛을 던지라고도 해주셨죠. 공격 상황에서의 적극성을 많이 끌어내려고 하셨어요.

Q. 세계 최고의 센터인 리즈 캠베이지와 한솥밥을 먹었어요. 특별한 일이 있었나요?

리즈(캠베이지)는 코트 위에서 엄청 터프한 선수잖아요. 같이 지낸 적이 없다 보니 무섭기도 했는데 정말 잘 챙겨줬어요. 리즈는 호주 사람이고 전 한국 사람이다 보니 둘 다 미국에선 외국인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더 잘 데리고 다닌 느낌도 있어요(웃음). 리즈는 아디다스 옷을 협찬 받는데 그때마다 한 박스씩 챙겨주기도 했죠. 어디를 가더라도 같이 가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친한 언니가 생긴 것 같았죠.

Q. 함께 지내면서 많은 걸 배우기도 했을 것 같아요.

세계 최고의 센터와 한 팀에서 훈련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에이자(윌슨) 역시 미국 국가대표다 보니 하나, 하나 모두 배우려고 했죠. 그들의 생활습관이나 훈련 태도를 많이 보고 배운 것 같아요.

Q. 2020년에도 WNBA에 도전할 생각인가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너무 힘든 시즌을 보냈고 국가대표로서 오고 가는 시간이 많다 보니 많이 힘들 것 같아요. 쉬고 싶은 마음도 크죠. 하지만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아직 저를 보여주지 못했으니까요.



박지수의 2019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생애 첫 올림픽 진출을 목표로 세우며 태극마크를 달고 2020 도쿄올림픽 프리-퀄리파잉 토너먼트에 출전했다. 허리 부상에도 좌절하지 않으며 라이벌 중국을 꺾는 데 큰 힘을 냈다. 마지막 단계만 앞둔 그의 눈은 이제 도쿄로 향하고 있다.

Q. 미국에서 돌아온 후 곧바로 국가대표로 선발됐어요. 많이 지쳤을 것 같아요.

특별히 아픈 곳은 없어서 괜찮아요. 다시 40분씩 뛰어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 것 같기는 해요(웃음).

Q.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티켓을 따냈어요. 생애 첫 올림픽 출전까지 마지막 단계만 남겼네요.

고등학교 3학년 때 프랑스에서 열린 최종예선에 나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쉽게 떨어진 기억이 있어 너무 속상해요. 올림픽이라면 모든 선수들이 나가고 싶은 무대이지 않을까요. 정말 나가고 싶어요.

Q. 베이징올림픽 이후 12년 만의 기회에요. 팬들 역시 많은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여자농구가 위기라는 이야기가 많잖아요. 그래도 팬들은 희망을 계속 안고 있기 때문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말이죠.

Q. 농구를 시작하면서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떠올린 적이 있나요?

지금 국가대표에 있는 선수들 중에 아마 (김)정은 언니가 유일한 경험자일 거예요. 올림픽은 정말 다르다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때마다 ‘나도 나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일단 출전권을 획득하는 게 먼저겠지만 본 무대에 서게 된다면 정말 잘하고 싶고 성적 역시 선배들의 뒤를 따라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으면 좋겠어요.

Q. 중국 전 승리는 정말 짜릿했어요. 특히 리 유에루와 한 쉬를 상대로 압도했잖아요.

작년 아시안게임 결승 때 우리가 졌었잖아요. 무조건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나섰던 게 승리로 이어진 것 같아요. 리 유에루나 한 쉬는 청소년 대표팀 때부터 만났지만 큰 감정은 없어요. 경쟁의식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박지수고 그들은 그들이에요. 매 경기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있을 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이번에는 제가 이겼으니까 기쁘기는 해요(웃음).



1998년생, 만으로 21세인 박지수는 어린 나이에 너무도 많은 것을 이뤄냈다. 이미 한국에서는 더 이상 해낼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그에게 한 가지 소망이 있었으니 최고의 선수답지 않은 소박한(?) 목표가 가슴 안에 담겨 있었다.

Q. 어린 나이에 많은 걸 이뤘잖아요. 농구를 떠나서 개인적인 삶에 있어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까요?

남자친구 만들기? 멋진 남자친구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공개 구혼이라도 해야 하나 모르겠네요(웃음).

Q. 너무 많은 걸 이뤄서 앞으로의 동기부여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동기부여를 찾기도 있기도 힘든 상황인 건 맞아요. 그렇다고 나태해질 수도 없는 상황이죠. 많은 생각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Q. 아직도 20대 초반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요.

대부분의 여자선수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 무대로 뛰어 들잖아요. 또 저는 어렸을 때부터 국가대표를 해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나이를 알게 되면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하하. 낯이 익어서 그런가.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벌써 21살이야!’라며 말이죠.

Q. 지금까지 지나온 세월보다 앞으로 더 많은 세월을 살아야 해요. 농구선수로서도 말이죠. 5년, 10년 뒤 박지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먼저 농구는 계속하고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젊어서 그런지 건강하지만 나이를 먹다 보면 아픈 곳이 생기지 않을까요? 은퇴할 때까지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건강한 몸으로 멋진 농구를 보여주고 싶거든요.

# 사진_문복주, 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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