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19 KBL 신인드래프트, 선택 받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

이재범 / 기사승인 : 2019-12-06 12: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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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지난 11월 4일 2019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이하 드래프트)에서 41명 중 22명이 뽑혔다. 지명률 53.7%는 역대 지명률 56.9%(495/870)보다 조금 낮다. 드래프트가 끝나면 언제나 의외의 선발이 있는가 하면 아쉽게 지명 받지 못한 선수들도 나온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어떤 선수들이 선택 받지 못했는지 한 번 살펴보자.

※ 본 기사는 점프볼 1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스카우트가 뽑은 의외의 지명

각 구단 스카우트는 길게는 고교 시절부터 지켜본 평가와 대학 농구 감독과 코치 등의 의견을 취합해 예상 지명 순위 20명을 추린다. 각 구단은 이를 바탕으로 감독의 의견을 반영해 선수를 지명하는 게 보통이다. KT 서동철 감독은 “필요한 선수 목록을 정했는데 우리가 지명할 때 가장 높은 순위에 있는 선수를 뽑을 거다”라고 했다.

A스카우트는 “구단마다 선수를 평가하는 시각과 관점이 다르다. 특히, 2,3라운드에 뽑히는 선수들이 그렇다. 키울 만하다고 판단하는 생각의 차이가 크다”며 선수 평가 기준이 구단마다 다르다고 언급했다. 선수의 장점과 단점 중 어느 부분을 더 높이 평가하느냐에 따라 선수 지명 여부가 달라진다.

B스카우트는 “현재 소속 선수보다 나은 게 뭐가 있는지 본다”고 했다. 신인 선수 1명을 뽑으면 차기 시즌에 기존 선수 1명을 내보내야 한다. 각 구단은 드래프트 전에 출전 기회가 적은 선수들의 계약 여부를 미리 판단한 뒤 몇 명의 신인 선수를 어떤 순위에서 뽑을지 계획한다. 이 때문에 새로 뽑을 신인 선수가 기존 선수를 은퇴시킬 정도로 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 기량 하나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각 구단마다 선수 구성과 차기 시즌 입대, 제대 선수 등에 따라 필요 포지션도 다르다. 여기서 지명과 탈락의 희비가 엇갈린다.

선택 받지 못한 선수가 있다면 반대로 의외의 선발 선수도 있다. 스카우트들은 드래프트가 끝난 뒤 양재혁(9순위, 전자랜드)과 임기웅(22순위), 박건호(39순위, 이상 KGC인삼공사)를 예상 외 지명 선수로 꼽았다. 한 명 더 추가한다면 이동희(20순위, LG)다.

A스카우트와 B스카우트는 “양재혁은 2라운드 초반에 뽑힐 거라고 예상했다. 1라운드 후반은 빠른 지명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KCC 관계자는 지명권 추첨식에서 최소 7순위를 바랐는데 8순위가 나오자 누굴 뽑을지 난감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9순위 역시 마찬가지. 대학 4년 동안 보여준 기량만 따지만 비슷한 신장의 포워드 박준은(10순위, 현대모비스)이 양재혁보다 낫다는 평가를 들었다. 전자랜드는 대신 팀 구성을 고려할 때 양재혁의 궂은일과 허슬플레이에 치중하며 팀을 위한 희생정신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임기웅과 박건호는 드래프트 전 지명 예상 선수를 취합했을 때 아예 언급되지 않았던 선수다. 임기웅은 식스맨으로 경기 흐름을 바꾸는 수비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박건호는 198.8cm라는 신장과 앞으로 조금 더 키가 클 여지가 있다는 게 장점이다.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은 “임기웅은 수비에서 활용하기 위해 뽑았다. 우리 앞선 선수들이 수비가 안 되기 때문에 시즌 후반기 때 5분 정도 기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동희도 뽑힐 가능성이 적은 선수였다. C스카우트는 “이동희의 파이팅과 근성을 좋아하지만, 드래프트에서 뽑힐지 몰랐다”고 했다. 다만, LG는 드래프트 전부터 명지대에서 골밑을 책임진 이동희의 힘과 궂은일, 성실성에 높은 점수를 주며 뒤늦게라도 뽑힐 선수로 내다봤다. LG 관계자는 이동희를 지명한 뒤 “선발 예상 순위에서 가드 선수들이 이동희보다 좀 더 높았지만, 우리 팀엔 그 정도 기량의 가드가 많다”며 “이동희는 전자랜드 박봉진처럼 국내선수 빅맨이나 외국선수 수비 등에서 활용하기 위해서 뽑았다”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스카우트가 뽑은 아쉽게 탈락한 선수

스카우트들은 지명되지 않아 아쉬운 선수를 묻자 최재화와 박세원(이상 경희대), 정의엽(명지대)의 이름을 꺼냈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각 구단 스카우트에게 지명 예상 선수를 물었을 때 최재화의 이름을 언급한 구단은 7구단이나 됐다. 주로 2라운드에 뽑힐 선수로 많이 거론되었다. 실제로 지난해 드래프트에서도 탈락의 고배를 마신 최재화는 올해 대학농구리그에서 포인트가드로서 좀 더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C스카우트는 “4학년이 되자 여유가 생기고 1번(포인트가드)으로 가닥이 잡혔는데 뽑히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반면, B스카우트는 “최재화는 수비나 패스, 경기 운영 모두 골고루 평균 정도다. 이런 선수는 매년 나온다”라며 “상대 선수 한 명을 딱 묶는 수비 능력이라도 있으면 감독님들께서 선호하신다. 요즘 슛이 중요하니까 가드들이 슛에 치중해 공격형 가드들이 많은데 감독님께서 바라시는 정통 포인트가드가 없다”고 최재화가 지명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경희대는 선수단 절반가량이 가드일 정도로 가드 왕국이다. 여기에 골밑을 박찬호와 이사성이 지킨다. 그렇지만, 포워드가 다른 포지션 대비 약했다. 박세원은 경희대에서 귀한 포워드 중 한 명이었다. 득점력이 뛰어난 가드들과 높이를 책임지는 센터 사이에서 팀의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 궂은일 등 윤활유 역할을 했다.

A스카우트는 “우리 팀에 포워드가 필요하다면 최종적으로 생각했던 선수가 박세원”이라고 했다. C스카우트 역시 “박세원은 최승욱(KCC)처럼 수비를 해주면서 간간이 슛을 넣어줄 수 있는 선수였다. 수비를 열심히 하고, 리바운드에 적극 참가하면서 폭넓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슛 거리가 짧지만. 점퍼는 정확해서 프로에서 가다듬을 수 있었다”라면서도 “여러 부상으로 많이 쉬어서 자기 기량을 보여줄 기회가 적었다”고 박세원을 평가했다. 결국 박세원은 가장 중요한 대학 4학년 때 5경기 결장하고, 복귀한 뒤에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기에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이동희는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뒤 “동기 중에, 특히 정의엽이 명지대를 먹여 살렸다라고 감히 말하고 싶을 정도로 공헌을 많이 했는데, 의엽이가 안 뽑히고 제가 뽑혀서 미안하다. 제가 뽑힐 거라고 결코 예상 못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동희의 말처럼 정의엽은 명지대 에이스 역할을 맡은, 뛰어난 기량을 갖춘 가드였다. 정의엽은 올해 대학농구리그에서 평균 13.4점 6.6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46.6%(34/73)를 기록했다. 시즌 막판까지 어시스트 1위를 달리다 아쉽게 3개 차이로 2위에 머물렀다.

A스카우트는 “가진 재능이 월등하지만, 요즘 추세인 피지컬, 운동능력이 안 되면 아주 큰 약점이다. 사실 기량만 놓고 보면 아깝다”고 했다. B스카우트는 “키가 작지만 3점슛 능력도 갖췄다. 대학리그에서 거의 40분씩 다 뛰었다(평균 38분 58초 출전). 신체조건 때문에 저평가를 받았다”고 정의엽의 기량만큼은 높이 샀다. C스카우트는 “가진 능력이 좋았다. 예전에 신장이 작아도 몸이 탄탄했던 원지승 정도라면 괜찮지만, 정의엽은 왜소하고 키가 작은 신체적 한계가 있다”며 “가진 능력은 드래프트에 뽑힌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경기 운영 능력과 패스, 슛을 다 가지고 있다”고 정의엽의 장단점을 설명했다.


그 외 탈락 선수 - 1부 대학

최진광(14순위, KT)은 대학 3학년 때 프로 진출을 권유 받았지만, 대학 졸업을 선택했다. 최진광이 만약 지난해 드래프트에 참가했다면 로터리픽(1~4순위)까지 가능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프로 감독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이 말은 최진광이 대학 3학년까지 평가에선 전성환(4순위, 오리온)이나 김세창(8순위, KCC→현대모비스)보다 앞섰지만, 대학 4학년 때 뒤집어졌다는 걸 뜻한다.

4학년 때 부진이 아쉬운 선수를 꼽는다면 이승훈(한양대)이다. 1,2학년 때 대학농구리그 단 2경기 출전했던 이승훈은 3학년 때 16경기 평균 26분 4초 출전해 팀의 궂은일을 맡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4학년까지 이런 흐름을 이어나간다면 앞 순위 지명은 힘들지 몰라도 최소한 프로 입문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승훈은 4학년이 되자 의욕이 넘쳤다. 다만, 자신의 역량을 넘어서는 더 많은 걸 보여주려고 했다. 김세창의 경우는 시즌 초반 4학년이란 부담감 때문에 부진했지만, 이를 털어버리고 1라운드 지명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대로 이승훈은 끝까지 4학년이란 부담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조선대 4학년 4명 모두 낙방했다. 대학농구리그가 시작한 2010년만 해도 상명대와 함께 최하위 탈출을 경쟁했던 조선대는 이제 대부분 선수들을 프로에 보내는 상명대보다 많이 뒤쳐졌다. 중위권에 자리잡은 상명대와 달리 이기는 경기를 하지 못하는 조선대는 그만큼 주목을 덜 받는다. 프로 감독들도 언론에서 다루는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스카우트에게 어떤 선수인지 물어본다. 조선대는 그런 기회가 적었다. 또한 프로 구단과의 연습경기도 적어 대학 4학년들의 기량을 보여줄 기회도 적었다.

조선대에서 탈락한 4명 중 가장 프로에 근접했던 선수를 꼽는다면 정주용이다. 한 스카우트는 “정주용은 슈터라는 게 딱 잡혀 있다. 스텝 등 개선해야 하지만, 뽑힌다면 3라운드 즈음”이라고 했다. 동국대 서대성 감독은 “어설프게 수비를 하면 슛이 들어간다. 슛은 확실히 좋다”고 정주용의 3점슛을 인정했다. 정주용은 대학농구리그에서 최초로 3경기 연속 3점슛 6개를 성공했고,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에선 평균 6.3개의 3점슛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3점슛 이외 능력이 부족하고, 수비가 붙었을 때 3점슛 성공률이 떨어졌다.


그 외 탈락 선수 - 2부 대학 및 일반인 참가자

올해 2부 대학에선 3명의 선수가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2부 대학 최고 슈터인 최규선은 2학년 때부터 3년 연속 드래프트에 나섰지만, 부름을 받지 못했다. 최규선은 올해 3개 공식 대회(MBC배, 종별선수권, 전국체전) 6경기에 출전해 평균 23.9점 3점슛 평균 5.1개를 성공했다. 서울대와 맞대결에선 3점슛 13개를 넣었다. 2부 대학 무대에서 아무리 날고 뛰어도 주목 받지 못한다. 트라이아웃에서 확실하게 눈도장을 받지 못한다면 2부 대학 선수가 1부 대학 선수들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다. 울산대 쌍둥이 형제 권예준과 권예찬은 최규선의 뒤를 따른다. 올해 2학년임에도 프로의 문을 두드렸다. 두 형제는 고교(김해 가야고) 시절 잦은 코치 교체로 농구를 그만둘 생각으로 울산대에 진학한 뒤 마음을 바꿨다. 이번 드래프트는 참가에 의미를 뒀다. 최규선처럼 4학년 때까지 계속 드래프트에 나설 걸로 예상된다.

일반인 참가자는 드래프트 지원 당시 대한민국농구협회 소속이 아닌 선수를 의미한다. 이번에 선발된 김훈(DB, 15순위)처럼 대학에서 농구부를 탈퇴했거나, 하승진과 최진수처럼 해외에서 활동했거나 아니면 드래프트에 재도전하는 선수 출신이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대한민국농구협회에 등록한 적이 없는 정말 순수 일반인 참가자가 한 명 있었다. 신선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농구에 관심을 가진 뒤 군 전역 후 호주로 건너가 2부와 3부 리그에서 1년 가량 선수 생활을 했다. 신선재가 드래프트에 참가했다는 건 일반인 참가자의 기량을 점검하는 일반인 테스트가 그만큼 문을 크게 열어놓고 있으며 언젠가 신데렐라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인 테스트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선수는 김훈과 함께 이주한이었다. 이주한은 2017년 드래프트에서 낙방한 뒤 곧바로 입대해 국방의 의무부터 해결했다. 이번 드래프트 참가를 위해 휴가를 최대한 아끼고, 아껴서 제대하기 직전에 최대한 몰아서 사용했다. 휴가 동안 드래프트 참가 준비에 힘을 쏟기 위해서였다. 이대성처럼 명지대를 그만둔 뒤 브리검영대학(하와이)에 진학하는 등 이주한의 농구 열정은 뛰어나지만, 일반인 테스트에서도, 트라이아웃에서도 이름이 불릴 정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이번 대학 4학년보다 나이가 4살 많은 것도 지명의 걸림돌이었다.


BONUS ONE SHOT | 여전히 잔인한 현장

항상 드래프트가 끝나고 나면 “왜 꼭 모든 드래프트 참가자들이 현장에 참석해야 하느냐”라는 말이 나온다.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와 달리, 탈락한 선수들이 부모와 함께 드래프트 현장을 떠나야 하는 건 잔인하다는 의견이 많다. KGC인삼공사 박건호는 지명된 선수들이 꼭 지나야 하는 마지막 자리에 앉아 모든 지명된 선수들을 축하했다. 만약 박건호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면 가장 안타까운 선수로 꼽혔을 것이다.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은 올해 대학농구리그를 현장에서 가장 많이 지켜본 감독이다. 김승기 감독은 “1라운더는 스카우트들이 평가한 걸 많이 참고하지만, 2~3라운드 선수들은 주로 트라이아웃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를 선발할 때가 있다”고 했다. 트라이아웃은 크게 주목 받지 못한 선수나 2부 대학 소속 선수, 일반인 참가자에게 드래프트에 선발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트라이아웃을 없애자는 일부 의견에도 불구하고, 트라이아웃을 계속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지금처럼 드래프트 당일 오전에 트라이아웃이 열린다면 현장 행사 참가자를 구분하는 것이 어색해진다. 트라이아웃은 전원 다 참가했는데, 누구는 남고 누구는 오라고 말하는 것이 이상해진다는 의미. 그래서 트라이아웃과 드래프트를 분리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이 역시 대학농구리그 및 기타 대회 일정이 맞물리면 어려워진다. 만일 트라이아웃을 하지 않으면, 선발 가능성이 높은 일부 참가자만 현장에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덜 주목받는 선수가 마지막으로 기량을 보일 기회가 박탈된다. 트라이아웃을 진행하면 모든 선수가 드래프트에 참석하지만 지명과 탈락의 희비가 교차한다. 그런 면에서 트라이아웃 개최와 드래프트 현장 참석은 이율배반의 연결 고리다.

#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박상혁,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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