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BA WC] 아쉬운 선택이 부른 패배, 중심에 선 허웅·허훈

민준구 / 기사승인 : 2018-02-27 0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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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잠실실내/민준구 기자] 홈 연전 전승의 꿈은 달콤했다. 얼마 만인지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국내에서 국제경기가 연전으로 열린 건 정말 오랜만이다. 2라운드 진출도 걸려 있었다. 그러나 허재 감독은 여러 번의 아쉬운 선택으로 전승의 꿈을 꾸기만 했다. 그 중심엔 허재 감독의 두 아들 허웅, 허훈이 있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A조 4차전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84-93으로 패했다.

경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충분히 승리할 수도 있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29득점 11리바운드 4블록)의 포스트 플레이는 210cm대 장신의 뉴질랜드 선수들도 막아내기 힘들었다. 두경민(15득점 4어시스트)과 전준범(12득점 2어시스트)의 알토란같은 득점도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좋은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바로 허재 감독의 허웅, 허훈 투입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전면강압수비가 거세졌던 2쿼터 중반, 허재 감독은 두경민 대신 허훈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두경민의 실수도 있었지만, 상대의 강한 압박을 허훈이 뚫어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허훈은 투입되자마자 헤매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턴오버는 범하지 않았지만, 뉴질랜드 앞 선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포인트가드가 갈피를 잡지 못하니 대표팀의 경기력도 정상적이지 못했다. 비록 6분 16초라는 짧은 시간 출전했지만, 허훈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다. 무리한 도움 수비로 공간을 내주는 등 대표팀 수비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모습도 보였다.

허재 감독의 두 번째 실수는 뉴질랜드의 분위기 속에서 허웅을 투입시켰다는 것이다. 이미 코리 웹스터를 비롯해 알렉스 프레져, 조던 은가타이를 앞세워 역전과 함께 달아난 뉴질랜드는 좀처럼 식지 않을 것 같은 기세를 보였다. 물론, 허웅이 실수만 했다는 건 아니다. 최부경의 패스를 받아 3점포를 터뜨리기도 했다.

문제는 또 수비였다. 라틀리프의 수비 이해도가 낮은 상황 속에서 다른 선수들의 부지런한 움직임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허웅은 자신이 지켜야 할 공간조차 놓치며 상대의 외곽슛을 쉽게 허용했다.



허웅과 허훈의 뉴질랜드 전 득실마진 합계는 –11점이다. 물론 최부경(-11), 양희종(-9)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뉴질랜드의 대부분 공격이 앞 선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걸 인지했다면 실점의 빌미가 어디에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오프 더 볼 무브에서도 두 선수에게 좋은 점수를 줄 순 없었다. 라틀리프 합류 이후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건 대표팀의 장점인 유기적인 움직임이 사라질까봐 였다. 포스트 플레이는 가능해졌지만, 그것만 바라보고 서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랬지만, 특히 허웅과 허훈은 라틀리프에게 볼이 투입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전 2017 아시아컵에서 보였던 허웅과 11월 월드컵 예선 중국 전에서 보여줬던 허훈의 패기 있는 움직임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뉴질랜드 전 패배가 모두 허웅과 허훈의 잘못 만은 아니다. 오세근의 뒤를 이어 들어간 최부경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특혜논란’이 일고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허웅과 허훈은 이날 패배의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허웅과 허훈은 모두 쓰임새가 많은 선수들이다. 한국농구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그러나 뉴질랜드 전에서 보여준 그들의 모습은 ‘실망’이란 단어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상대의 기에 눌려 제 플레이를 다하지 못했던 모습은 국제대회에 나설 선수들이 가져야 할 것은 아니었다.

허재 감독 역시 변화를 줄 필요도 있다. 그동안 많은 논란 속에 허웅과 허훈의 대표팀 발탁을 강행해 왔지만, 매번 반응은 긍정적이지 못했다. 주변의 이야기대로 흘러가라는 것은 아니다. 한 번이라도 변화를 시도해 다른 결과를 보자는 것이다. 이대로 계속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결국 피해를 받는 건 허웅과 허훈 뿐이다.

# 사진_유용우,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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