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현승섭 기자]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는 팀이 경기 종료 버저비터를 넣으면 예의가 없는 걸까? 답은 세모(△)다.
OK저축은행이 14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과의 맞대결에서 85-59로 승리했다. OK저축은행은 이날 승리로 부천 KEB하나은행을 반 경기 차 5위로 밀어내고 단독 4위(11승 18패)에 올랐다. 반면, 신한은행은 5연패에 빠지며 4승 24패를 기록했다.
OK저축은행의 외곽포가 여기저기서 펑펑 터졌던 경기였다. OK저축은행은 이날 경기에서 3점슛 14개를 림 안으로 꽂아 넣었다. 3점슛 성공률은 무려 46.7%나 됐다. 3점슛 14개는 OK저축은행이 금호생명, KDB생명 시절까지 통틀어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이 넣은 3점슛 성공 개수(종전 기록 12개). 노현지(3점슛 6개)를 필두로 구슬(2개), 이소희(2개), 정유진(2개), 김희진(1개), 김선희(1개)가 3점슛 손맛을 만끽했다. 다미리스 단타스가 9득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 3스틸로 평소에 못 미치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OK저축은행은 신한은행을 압도하는 외곽포 덕분에 26점 차 완승을 거뒀다.
한편, 경기 종료 후 OK저축은행의 14번째 3점슛이 WKBL 팬들 사이에 화제로 떠올랐다. 바로 김선희가 던진 경기 종료 버저비터다. OK저축은행은 4쿼터 종료 3.1초 전 82-59로 앞서고 있었다. 김선희는 인바운드 패스를 받고 하프라인 뒤에서 슛을 던졌다. 그런데 이 슛이 경기 종료 버저와 함께 깨끗하게 림을 통과했다. 85-59, 점수 차는 26점으로 벌어졌고, OK저축은행의 한 경기 최다 3점슛 성공 개수는 14개로 늘었다.
그럼 이 3점슛은 과연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을까? WKBL에서는 ‘아니다’에 가깝다. WKBL 모든 팀은 점수 차를 신경 쓰지 않고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릴 때까지 플레이를 이어나가는 경향이 강하다. 선수, 지도자 모두 마지막 플레이의 좋은 기억이 다음 경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보 및 어린 선수들에게는 큰 점수 차가 발생한 경기가 소중한 기회의 장이다. 출전 시간이 많지 않은 그들에게는 1분, 1초가 아쉽다. 그래서 그들은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갈고닦은 기량을 펼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한 번이라도 더 슛을 던지고 드리블을 하고 리바운드를 따내고 싶어한다. 지도자들도 그들의 심정을 알기에 목이 쉬도록 코트를 향해 지시를 내린다.
그렇다면 NBA 경기에서 그런 슛을 던졌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수많은 사례를 미루어 보아 ‘싸움이 날 가능성이 크다’라는 답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2017년 4월 4일, 인디애나 페이서스는 홈에서 토론토 랩터스를 맞아 4쿼터 종료 9초가 남은 상황에서 105-90으로 앞서고 있었다. 승패는 어느 정도 갈린 상태. 토론토 P.J 터커의 오른쪽 베이스라인 3점슛은 빗나갔고, 인디애나 테디어스 영은 리바운드를 따내고 폴 조지에게 공을 건넸다. 조지는 하프라인 근처에 있던 랜스 스티븐슨에게 패스했고, 스티븐슨은 유유자적 드리블을 하고는 가볍게 레이업 슛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토론토 측에서 불같이 화를 냈다. 더마 드로잔과 터커는 몸을 부딪치며 스티븐슨과 설전을 벌였다. 결국, 심판은 드로잔의 테크니컬 파울(Taunting)을 지적했고, 조지가 자유투 1개를 넣으며 경기는 108-90으로 끝이 났다.
다른 스포츠도 한 번 살펴보자. ‘기록의 스포츠’ 야구는 ‘불문율의 스포츠’라고 불리기도 한다. 해도 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세분화하기 때문이다.
야구의 불문율 중 하나로 큰 점수 차가 났을 때 보내기 번트 또는 도루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있다. 보내기 번트는 득점하기 위해 누상의 주자를 홈에 최대한 가깝게 이동시키기 위한 작전이다. 김성근 전 감독은 이런 보내기 번트로 많은 팬의 원성을 샀다. 도루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최근 7, 8점 차도 우습게 뒤집는 경기가 수차례 생기자 팬과 야구 관계자의 입장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예전에는 큰 점수 차가 났을 때는 빠른 경기 진행과 상대 팀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 번트와 도루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야구는 시간제한이 없어 언제 어떻게 승패가 바뀔지 모르니 최대한 득점을 많이 내야 한다며 보내기 번트와 도루를 옹호하는 팬도 적지 않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소위 ‘빠던(*빠따 던지기)’이라고 불리는 배트 플립도 리그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KBO에서는 배트 플립이 안타 또는 홈런을 칠 때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오재원(두산 베어스), 황재균(KT 위즈), 홍성흔(은퇴) 외 수많은 타자가 제각기 다른 배트 플립으로 팬들의 이목을 끌어왔다.
* 빠따 : 방망이, 배트(bat)의 속어
배트 플립을 이야기할 때 ‘월드 스타’ 전준우(롯데 자이언츠)를 빼놓을 수 없다. 2013년 5월 15일, 롯데 자이언츠는 9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NC 다이노스에 4-6으로 지고 있었다. 타석에 들어선 전준우는 홈인 부산 사직 구장에서 왼쪽으로 큰 타구를 날렸다. 전준우는 홈런임을 직감하고 힘차게 배트를 뒤로 던지고는 홈런 세레모니를 했다. 그런데 그 타구는 좌측 펜스 앞에서 좌익수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전준우의 좌절과 김태군(당시 NC 다이노스)의 폭소가 대비된 이 배트 플립은 외신도 다룰 만큼 야구계에서 큰 화제거리가 됐다. 결국, 전준우는 이날 ‘설레발’ 배트 플립으로 ‘월드 스타’라는 별명을 얻었다.
반면, 메이저 리그에서는 배트 플립이 환영받지 못한다. '왕년의 홈런왕' 호세 바티스타는 배트 플립으로 상대를 자극해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병호(넥센 히어로즈)도 KBO에서는 호쾌한 배트 플립으로 유명했으나, 미네소타 트윈스에서는 메이저 리그의 불문율을 고려해 배트 플립을 자제한 타격 자세로 바꿨다.
다시 WKBL로 돌아오자. 김선희는 이날 경기에서 4분 23초 동안 3득점을 기록했다. 그 3득점이 바로 그 버저비터다. 무득점에 그칠 뻔했지만, 하프라인 뒤에서 던진 슛이 림에 꽂히며 득점을 맛봤다. 사실, 경기 종료 직전 하프라인 뒤에서 던져 보는 슛은 WKBL, KBL은 물론이고 NBA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슛이다. 성공 확률은 지극히 낮다. 다만, 평소에도 팬들이 종종 봤던 슛이 들어가서 화제가 됐던 것뿐이다.
스포츠 규칙, 예의는 종목, 리그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이것들은 자연법칙이 아니라 구성원의 상호작용으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팬, 선수, 지도자, 구단 사이에서 변화를 꾀하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조성된다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단, 기존의 문화를 바꾸려면 상대방이 받아들일 만한 합리적인(!) 이유와 논리, 상황이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 문화는 절대적인 진리가 아닌 합의와 이해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사진=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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