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임종호 기자] 등번호는 선수들의 또 다른 이름이다.
매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은 저마다의 각오를 다지며 자신의 등에 새겨질 번호를 고른다. 등번호를 선택하는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선수들에게 백넘버는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또 하나의 상징적인 존재다. 어떤 선수들은 한 시즌 동안 자신의 등에 부착될 번호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적이나 트레이드 같은 환경의 변화가 찾아왔거나 부상, 부진 등의 이유로 분위기 전환을 위해 백넘버를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올 시즌부터 LG는 선수단 전원이 창원에 거주한다. 여기다 팀 스타일 역시 완전히 달라졌다. 새로운 환경과 팀 체질 개선이라는 많은 변화와 마주한 LG를 궁금해할 팬들을 위해 마련한 시간. 선수들의 백넘버 스토리와 함께 2020-2021시즌에 임하는 각오도 들어보았다. 세 번째 시간은 잠재력을 꽃피우며 올 시즌을 발전의 시간으로 삼겠다는 정성우(27, 178cm)다.
2015년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LG에 지명된 정성우는 데뷔 시즌 37경기에 나와 평균 4.2점, 1.7리바운드, 2.8어시스트로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성원 감독 체제에서 정성우에겐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고,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2020-2021시즌 커리어 하이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인상 안겨준 24번, 선물 같은 존재
정성우는 프로에 입단해 24번을 배정받았다. 농구 시작 후 한 번도 새긴 적이 없었던 번호. 결과적으로 정성우와 24번은 호연이었다. 당시 가드진의 공백에 힘겨워하던 LG는 루키 정성우가 젊은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빈자리를 채워주었다. 그렇게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알린 그는 신인왕이라는 최고의 결과물까지 품에 안았다.
그는 “신인 때 달았던 24번은 구단에서 지정해준 번호다. 사실, 농구를 시작한 뒤 두 자릿수 번호를 달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두 자리 번호를 좋아하지도 않고 무거운 느낌이 들어서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팀에서 배정해준 번호를 달고 신인상까지 받았기 때문에 24번은 내게 선물 같은 존재다”라며 24번이 자신의 등에 새겨지게 된 배경을 들려줬다.
이어 “처음엔 프로에서 처음 배정받은 번호를 유지할까 고민도 했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 내가 신인상을 수상한게 마지못해 받았다는 생각이 컸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한 자릿수 번호를 달아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이미지 변신을 위해 번호를 바꾸게 됐다”라며 등번호를 바꾸게 된 이유도 덧붙였다.

▶백넘버를 선택하는 기준, 되도록 낮은 숫자
정성우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3’이다. 농구 선수의 길로 갓 들어섰을 때 그는 김승현의 플레이에 매료됐다. 그러면서 김승현의 등에 새겨진 ‘3’이라는 번호 역시 달라 보였다고.
“24번 다음에 선택한 번호가 3번이다. 프로농구를 처음 봤을 때 김승현 선수가 3번을 달고 있었다. 플레이에 매료된 것도 있지만 그 번호를 달고 있어서 더 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내겐 3번이 멋있는 숫자다. 그런데 내가 어릴 적엔 등번호를 고를 때 4번부터 택할 수 있었다. 그래서 (상명)대학교 땐 5번을 달았었다. 그 번호를 달고 팀 성적이 좋으면서 등번호에 의미를 두게 됐고, 되도록 낮은 숫자를 하고 싶었다.”
그날 이후로 정성우는 가능한 빠른 숫자를 백넘버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매년 백넘버를 정할 때마다 더 나은 선수가 되려고 다짐한다. 매해 발전하고 싶다는 욕심과 생각들로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다. 올 시즌도 등번호를 정할 때 내 순서에서 가장 빠른 숫자가 2번이었다.” 정성우의 말이다.
▶올 시즌 소망, 커리어 하이와 정체성 회복
백업 포인트가드로서 팀 내 입지를 다져가는 정성우는 다가오는 시즌을 자신의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만들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정성우에게 2020-2021시즌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묻자 “매해 발전을 거듭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동안 기록적인 면에서 두드러지지 않는 역할을 많이 하지 않았나. 수비와 궂은일은 수치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감독님도 새로 오셨고, 올 시즌엔 원래 내가 갖고 있던 장점을 유지하며 개인 기록 역시 더 나아졌으면 한다. 이번 시즌을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만들어서 발전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계속 말을 이어간 그는 “스스로 이타적인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록상 구체적인 수치는 따로 정해놓진 않았다. 개인 기록보단 팀 순위가 항상 우선이다. 그래서 좀 더 열심히 하고 보다 공격적으로 임하면 기록은 따라올 거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조성원 감독은 선수들에게 소통과 자신감을 강조하는 사령탑. 이 부분에 고개를 끄덕인 정성우는 새로운 수장에 대한 자랑도 늘어놓았다.
“감독님은 선수 자체의 능력을 인정하고 믿어주시는 분이다. 경기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격려를 해주신다. 그래서 선수들이 가진 능력을 더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대학 때는 나도 팀의 주축이었고, 해결사 역할도 했었다. 그러다 프로에 처음 왔을 때 팀 적응만 생각하며 원래 나의 스타일은 내려놓았다. 그래서 한편으론, 스스로 길을 잃었다는 생각도 했다. 이전까진 팀을 살려주는 역할이 주였다면, 지금은 개개인이 공격을 주도하게끔 하신다. 그러면서 다시 나의 길을 찾도록 해주시는 것 같다.”
컵대회가 한창 진행 중인 현재 LG는 개막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에 99-93으로 역전승을 챙겼다. 전반까지 열세였지만, 3쿼터에만 37점을 몰아치며 전세를 뒤집었다. 환해진 팀 분위기만큼 선수들은 벤치에서도 밝은 미소로 동료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오랜만에 공식 무대를 밟은 정성우는 “감독님이 소통과 자신감을 강조하시는 만큼 선수들도 코트 위에서 긍정적인 말들을 많이 주고받았다. 특히 ‘더 잘 할 수 있다’라는 말을 300번 넘게 한 것 같다(웃음). 누구와 함께 뛰던 결과보단 과정에 대해서 칭찬과 독려하는 얘기를 많이 했다”라며 긍정의 힘을 몸소 실감했다.
끝으로 정성우는 24일 예정된 KGC인삼공사와의 예선전으로 시선을 옮기며 “분위기를 확실히 끌어올려서 자신감을 잃지 않는게 중요할 것 같다. 서로 격려해주고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_점프볼 DB(박상혁, 홍기웅, 이청하 기자)
점프볼 / 임종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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