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라는 이름의 마지막으로…” 13년의 추억 간직한 정영삼의 진심

민준구 / 기사승인 : 2020-09-16 18: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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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남들은 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 전자랜드는 감사하고 또 미안한 곳입니다.”

정영삼은 2007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인천 전자랜드에 지명된 뒤 단 한 번도 팀을 떠나지 않은 원 클럽맨이다. 입단 이후부터 항상 들려온 위기설에도 그는 소나무처럼 굳건히 제자리를 지켰고 14년이 흐른 지금 마지막 인사를 앞두고 있다.

전자랜드는 2020-2021시즌 종료 이후 구단 운영 포기를 결정했다. 자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경쟁력을 잃은 만큼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과거부터 전자랜드를 지켜왔던 사람들에게는 큰 상처로 다가왔다. 그만큼 그들은 최선을 다했고 또 지금의 결과와는 관계없이 항상 팬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영삼이 있다.

정영삼은 상무 시절을 제외한 13년간 전자랜드를 지켜왔다. 숱한 선수들이 오갔을 때 항상 전자랜드의 중심에는 정영삼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 예고된 작별 인사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정영삼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신인 시절부터 전자랜드라는 팀에 머물며 이곳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좋은 방향으로 계속 이어졌다면 참 좋았을 텐데….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는 기분이 이상하더라. 하지만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니 전자랜드가 많은 부분을 지원해줬다는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회장님께서 주어진 환경 속에서도 정말 헌신적으로 농구단을 생각해주셨다. 한 명의 농구인으로서 감사한 마음이 있다. 남들은 내게 섭섭하지 않냐고 묻지만 오히려 지금까지 전자랜드라는 팀을 있게 해줘서 고맙다”라고 이야기했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했다면 그만큼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영삼은 전자랜드에 항상 고마운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구단 역시 그런 그에게 매번 최고의 대우를 제공했다. 그래서일까. 정영삼은 또 다른 감정으로 미안함을 이야기했다.

“말 그대로 우리는 프로다. 환경을 떠나서 어떤 조건 속에서도 우리는 목표로 한 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는 전자랜드에 미안함이 있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으니까. 어쩌면 회장님이 내게 섭섭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웃음).” 정영삼의 말이다.

지금 당장의 현실이 아닌 만큼 체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20-2021시즌이 끝나면 현재의 전자랜드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새로운 기업이 인수, 그대로 유지되는 최선의 결과도 존재하지만 상반되는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

정영삼은 “솔직히 말하면 나는 신인 때부터 전자랜드에 좋은 대우를 받아왔다. 프로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부분은 모두 누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후배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일이 잘 풀려서 정말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 큰 걱정 없이 운동에만 전념했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정영삼에게 있어 전자랜드는 어떤 존재일까. 13년이라는 세월을 한 곳에서만 보냈기에 더욱 뜻깊을 수밖에 없을 터. 그는 단호히 “집”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두 번의 FA를 이곳에서 모두 보냈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인천은 내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내가 나고 자란 집이다. 경기가 끝나고 집에 가면 아내와 아이가 있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것처럼 전자랜드는 언제든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집과도 같았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그저 감사하다.”

현재 전자랜드 선수단은 2020-2021시즌 대성공을 위해 하루,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 어쩌면 정영삼에게 있어서도 가장 중요할 수 있는 2020-2021시즌. 그는 어떤 각오로 전자랜드에서의 마지막 시즌에 나설까.

“매일 기도한다. 만약 신이 있다면 이번 시즌만큼은 큰 문제 없이 잘 치르게 해달라고 말이다. 매 시즌마다 허리가 문제였는데 이번에는 큰 걱정 없이 모든 경기에 나서고 싶다. 어쩌면 2007-2008시즌부터 지난 2019-2020시즌을 통틀어 보더라도 이번만큼 진실 되고 간절하게 준비한 시즌은 없는 것 같다. 크게 다치지 않고 건강히 잘 보냈으면 한다.”

# 사진_점프볼 DB(홍기웅,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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