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농구 최다 우승팀 울산 현대모비스는 해당 시대에 흔하게 볼 수 없는 이른바 앞서가는 유형의 뉴타입 플레이어를 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양동근(40·180㎝)과 함지훈(37·198㎝)이 대표적이다. 두 선수의 등장과 함께 현대모비스와 유재학 감독은 본격적인 우승사냥이 가능했다. 양동근은 은퇴 후 코치로 돌아온 상태이며 함지훈은 노장으로서 말년의 불꽃을 태우고 있다.
양동근은 포인트가드 포지션의 트랜드를 바꿔놓은 인물이다. 듀얼가드로 맹활약하며 이전까지 이어지던 정통파의 아성을 깨트려버렸다. 양동근 이전에 공격형 가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눈에 띄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선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강동희, 이상민, 김승현, 주희정 등 지휘관 스타일의 1번이 대세였다. 당시에 공격형으로 평가받던 신기성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운영형(혹은 퓨전형)이라고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동근 이후 리그에는 수없이 많은 듀얼가드가 쏟아져나왔으며 다양한 전술 변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예전에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포인트가드의 손을 거쳐 공격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듀얼가드가 부쩍 많아진 최근에는 달라졌다. 꼭 1번 포지션에서 공격이 세팅될 필요가 없다. 전 선수가 조직적으로 공격에 참여하거나, 시야가 넓고 리딩에 더 능한 선수 쪽에서 패싱게임을 맡는 경우도 많다.
양동근이 신인 시절 현대모비스가 그러한 스타일로 재미를 봤다. 양동근이 공수에서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가운데 역대 최고의 포인트 포워드로 불리던 고 크리스 윌리엄스(사망‧198cm)가 마치 1번처럼 경기를 풀어나갔다. 그 과정에서 양동근은 자신이 잘하는 것만 하면 됐다.
양동근은 가장 큰 장점이 동 포지션 최고 수준의 신체 능력이었다. 신장은 크지 않지만 탄탄한 근육질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와 스피드로 매치업 상대를 압도했다. 체력까지 좋아 공수 활동량 역시 엄청났다. 대부분 상대 가드들은 몸싸움과 힘에서 열세를 보였던지라 양동근은 이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포스트업을 치기도 했다. 거기에 돌파와 슛을 반복하며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다.
이렇듯 좋은 육체적 능력은 수비에도 영향을 끼쳐 양동근이 마음먹고 대인마크를 들어가면 대부분 국내 1번들은 자동으로 자물쇠가 채워져 버렸다. 양동근처럼 매치업 상대를 우선적으로 제압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선수는 지금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상대 포인트가드를 철통같이 묶은 상태에서 자신에게서 파생되는 미스매치를 활용할 수 있어 팀 공헌도는 어지간한 특급 정통 포인트가드 못지않았다는 평가다.
양동근이 1번의 새로운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것은 사실이지만 수많은 듀얼 가드 홍수 속에서도 그와 비슷한 플레이 스타일의 선수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희소성+꾸준한 경기력만 놓고 따진다면 함지훈 역시 만만치 않다. 양동근이 자신만의 색깔을 살려 기존 1번의 틀을 깼다면 함지훈은 단점을 장점으로 덮는 플레이를 통해 롱런에 성공한 케이스다. 빅맨으로서 성공하려면 기본적인 사이즈(신장, 윙스팬)는 물론 기동성, 운동능력 등이 받쳐줘야 한다.
때문에 어정쩡한 사이즈에 느리고 운동능력에서도 별다를게 없는 유형의 빅맨들은 대부분 프로 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채 선수 생활을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 어려운 것을 함지훈은 해냈다. 심지어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한창 때는 슛거리 조차 길지 못했다. 주전급으로 꾸준히 활약했다는게 신기할 정도다.
함지훈의 최대무기는 '센스'다. 유연하고 낮은 드리블과 부드러운 피벗동작을 바탕으로 자신의 위치를 잡고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는 능력이 굉장히 빼어나다. 확실하게 상대의 움직임을 무너뜨려 놓고 여유 있게 슛을 시도하는지라 성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 빅맨으로서는 드물게 코트 전체를 내다보는 시야도 좋아 자신에게 수비가 몰린다 싶으면 여지없이 빈 공간의 동료에게 찬스를 열어준다. '가드의 센스를 갖춘 빅맨'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이른바 BQ의 중요성을 제대로 드러낸 빅맨이라고 할 수 있다.

모비스는 해가지지 않는 왕조다. 잠시 흔들릴 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태양이 뜬다. 그런 믿음에 보답하듯 양동근, 함지훈의 뒤를 이을만한 또 다른 뉴타입 플레이어가 최근 등장하며 모비스 팬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2020년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현대모비스에 입단한 장신 가드 이우석(22‧197cm)이 그 주인공이다.
이우석의 최대 무기는 신장이다. 최근 장신 가드 유망주들이 쏟아지듯 나오고 있지만 그러한 것을 감안한다 해도 이우석의 큰 키는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어지간한 3~4번 못지않은 신장이다. 더욱이 신장을 살리려 억지로 장신 가드를 고집하는 것이 아닌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해당 포지션에서 뛰어온 리얼 가드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기본적으로 스피드와 슈팅력을 갖추고 있다. 적극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스틸 능력도 좋은 편이다.
아직 시즌 초이기는 하지만 이우석은 현대모비스의 미래로서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2경기에서 평균 13.67득점, 2.67도움, 3.83리바운드로 올라운드함이 돋보이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주로 슈팅가드로 뛰고 있지만 포인트가드 경험도 있어 시야, 리딩, 패싱게임 등에서도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동갑내기 서명진(22‧189.7cm)과 함께 제대로 가드로 정착한다면 해외에서나 볼법한 합계 193cm이상 장신 백코트 라인도 기대해볼만 하다.
이우석은 올 시즌 신인왕 구도의 최대 다크호스다. 현재 2번째 시즌을 맞고 있지만 첫 시즌에 출전 가능 경기 수의 2분의 1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인지라 이번 시즌 역시 신인왕 수상자격을 가지고 있다. 올 신인드래프트에서 1~3위를 휩쓴 이원석(21·206㎝), 하윤기(22·203㎝), 이정현(22·187㎝) 등과 치열한 경합이 예고되고 있다. 장신 가드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뿜어내고 있는 이우석이 양동근, 함지훈을 잇는 현대모비스 간판스타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김종수 객원기자
#사진 /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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