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LG가 계속된 난항에 신음하고 있다. 부진한 성적과 좋지 않은 경기 내용 때문이다. 아직 시즌 초라고는 하지만 10경기를 치른 현재 2승 8패로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팀 분위기나 경기력을 봤을 때 단기간에 연승 등으로 만회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두려면 1경기씩 꾸준히 쫓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두시즌간 9위, 10위로 시즌을 마쳤던지라 올 시즌 역시 최하위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벌써부터 팬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지난 2일 있었던 전주 KCC와의 일전은 LG의 현주소를 대변해줬다는 지적이다. 누구하나 만만한 팀은 없다고 하지만 현재 KCC는 그나마 LG가 해볼만한 팀 중 하나다. 송교창, 정창영이라는 핵심 주전 2명이 빠져버린 상태라서 정상 전력이 아니다. 그럼에도 LG는 아쉬운 역전패에 또 울고 말았다.
이날 경기에서 LG는 3점슛 33개를 시도해 17개를 성공시켰고 성공률은 무려 52%에 달했다. 정희재는 3점슛 7개 중 5개를 성공시키며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3점슛 타이 기록을 세웠다. 이 정도로 터지는 경기는 어느 팀이든지 드문 편인지라 적어도 이날 경기만큼은 잡아내야 했다. 하지만 막판 김지완이 터프샷으로 던진 레이업을 막지 못했고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종료 직전 이재도가 성공시킨 버저비터도 간발의 차이로 노카운트 처리되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흐름의 스포츠 농구에서 분위기 싸움은 매우 중요하다. 한번 기세를 타면 약팀도 연승행진을 달릴 수 있다. 반면 반대가 될 경우 좀처럼 연패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전하기도 한다. 이날 1점차 승부도 그렇지만 LG와 KCC는 올 시즌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KCC는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패는 최대한 짧게 가고 잡아낼 경기는 잡아가면서 꾸역꾸역 승수를 추가해가고 있는데 LG는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자칫 팀 슬럼프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LG는 그 어떤 팀보다도 우승에 목말라 있다. 창단 첫해였던 1997~98시즌, 정규리그 2위로 스타트를 끊은 이래 창원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등에 업고 인기팀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문제는 우승이다. 경쟁팀들이 하나둘씩 우승횟수를 추가해가는 동안 LG는 단 한차례도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LG였던지라 우승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이충희 초대감독은 버나드 블런트라는 원맨공격의 달인을 앞세워 공격을 맡기고 국내 선수들은 강력한 압박 수비를 펼치는 전술을 펼쳤다. 아마 무대 명장 출신 김태환 감독은 조성원과 조우현의 '국가대표급 쌍포'에 에릭 이버츠라는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를 주축으로 외곽 위주의 막강한 화력농구를 펼쳤고, 이러한 스타일은 시즌 내내 화제가 됐다.
그 뒤에도 KCC 왕조를 만든 ‘신산’ 신선우 감독에 조상현, 현주엽 등 거물들을 속속 영입하며 반전을 꾀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수비농구, 공격농구, 토탈농구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지만 마지막 끝점이 부족했다.
그런 점에서 김시래와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의 이적은 굉장히 아쉽다. 우승팀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뛰어난 포인트가드와 토종 빅맨 조합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둘다 프랜차이즈급 스타였던지라 아쉬움이 더 크다. 프랜차이즈는 팀 역사의 한 페이지와도 같은 존재다. LG팬들의 원성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KT에서 조성민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김영환+신인지명권을 준 트레이드는 LG 입장에서 두고두고 후회할 선택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조성민은 은퇴하고 김영환은 지금까지도 뛰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속이 쓰릴법한데 당시 신인지명권으로 KT는 무려 양홍석(24·195㎝)을 얻었다.
스포츠에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당시 트레이드가 아니었으면 LG는 김시래, 양홍석, 김종규라는 국가대표급 빅3에 김영환이 베테랑으로서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주는 그림도 상상할 수 있었다. 확실한 중심선수들이 있는지라 백업멤버 등 선수단 구성하기도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물론 LG는 올시즌을 앞두고도 전력보강에 많은 신경을 썼다. 지난 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이관희(33·190㎝)와 계약 기간 4년, 보수 총액 6억원(연봉 4.2억, 인센티브 1.8억)에 재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 KGC 인삼공사 주전 1번으로 활약했던 이재도(30·180㎝)를 계약 기간 3년, 보수 총액 7억원(연봉 4.9억, 인센티브 2.1억)에 영입했다. 무려 13억원을 투자해서 다이나믹한 앞선을 만들었다.
김시래 트레이드 당시 센터 김준일(29·202㎝)도 포함되어있는 것으로 밝혀지며 충분히 복병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재도, 이관희의 가드진에 김준일이 골밑에서 활약할 경우 포지션별 밸런스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친정팀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중상을 당하며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고말았다.
그로인해 부상병동으로 전락한 KCC와 마찬가지로 온전히 가드진과 외국인 선수에 의지해야만 되는 상황으로 몰리고 말았다. 1옵션 외국인선수 아셈 마레이(29‧202.1cm)가 빼어난 기량을 과시하며 송골매의 발톱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점 정도가 위안거리다.
KT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력이 약한 팀이 다시 도약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적어도 한 두시즌은 어려운 시절을 감내해야 한다. LG 역시 그러한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급하게 당장의 성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시즌을 길게 보고 가야 하는 이유다.
#글 / 김종수 객원기자
#사진 /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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