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먹은 문성곤은 "최강의 사냥개"

김종수 / 기사승인 : 2021-11-10 01: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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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KGC 인삼공사 베테랑 스몰포워드 양희종(37·194)은 프로농구 역사에서 매우 특별한 선수중 한명이다. 2007년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KGC에 지명된 그는 현재까지 537경기를 뛰며 6.4득점, 4리바운드, 2.2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꾸준함 하나만큼은 인정해야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성적만 놓고 봤을 때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양희종은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3번 중 한명이다. 그러한 평가는 신인 시절부터 현재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KGC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국가대표로서 큰 업적을 남겼다. 단순히 한 시대를 풍미한 스몰포워드를 넘어 역대급으로 자리를 굳혀가며 레전드의 길을 걷고 있는 모습으로 이제는 문경은, 추승균, 김영만 등 쟁쟁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존재가 됐다.

 

사실 양희종에게 기록지는 별반 의미가 없다. 그는 역사상 최고의 수비형 포워드이기 때문이다. 득점력은 주전급 포워드 중 평균에도 미치지 못할지 모르겠으나 수비를 통해 경기를 지배하고 분위기를 가져오는 능력만큼은 누구도 따라가기 힘들다. 주 포지션은 스몰포워드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가드 수비, 4번 수비까지도 가능하다. 최하급 슈팅능력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지도자들이 그를 선호하는 이유다.

 

경기장에서의 양희종은 한 마리 야생마를 연상케한다. 수비에 대한 요령이 좋고 경험이 풍부한 것은 물론 공에 대한 집착과 허슬플레이가 대단하다. 왕성한 활동량을 내세워 리바운드 가담, 스틸 시도 등을 멈추지 않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몸싸움과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베테랑이 된 현재도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로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워낙 대체불가의 특별한 선수인지라 양희종이 은퇴한 이후 빈자리를 걱정하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좀처럼 힘들 것 같았던 양희종의 후계자가 같은 팀 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KGC와 국가대표팀의 신형엔진으로 불리는 문성곤(28196cm)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양희종이 야생마라면 문성곤은 한 마리 사냥개를 연상시킨다. 젊은 선수답게 투지가 넘쳐흐르며 목표로 정한 상대 혹은 공을 향해 경기 내내 미친 듯이 쫓아다닌다. 일단 코트에 문성곤을 풀어놓으면 완전히 떨쳐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번 발동이 걸리면 멈추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플레이 스타일상 문성곤은 3&D 타입의 포워드로 구분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성곤은 일반적인 3&D유형과는 많이 다르다. 보통은 수비능력을 겸비한 슈터를 3&D라 부르지만 그는 자신의 에너지를 디펜스에 갈아 넣는 수비 스페셜리스트다. 사실 양희종이 그랬듯 공격 쪽에서의 기록은 소박한 수준이었던지라 3&D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도 있었지만 올 시즌 들어 화력에서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이며 공수겸장으로 진화중이다.

 

아직 12경기밖에 치르지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성곤의 성적은 다른 시즌과는 분명 달라 보인다. 시즌 최다가 7.4득점에 불과했던 이전과 달리 10.4득점으로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중이며 6.58리바운드, 2.92어시스트, 2.17스틸로 전 부분에서 개인 커리어하이를 달리고 있다. 3점슛 성공률 역시 38.33%로 준수한 편이다. 현재의 페이스를 시즌 내내 이어갈 수 있다면 공격력이 보강된 양희종 버전도 기대해볼만하다.

 

부지런함, 끈기, 허슬 등에서는 비슷하지만 양희종은 노련하고 영리한 플레이가 돋보인다. BQ, 반사신경 등을 바탕으로 예측 수비나 패스 궤적을 미리 끊어먹는 수비를 잘한다. 반면 문성곤은 아직은 투박하지만 좀 더 야성미(?)가 넘친다. 신장대비 스피드, 운동능력은 물론 체력까지 발군이라 경기 내내 엄청나게 뛰어다닌다. 푸트웍, 점프력 역시 빼어나 가로수비, 세로수비에서 모두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별다른 페이스 조절 없이 풀파워로 플레이하는 느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막판까지 에너지레벨이 떨어지지 않는다. 양희종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탓도 있겠지만 올 시즌 평균 3516초를 뛰며 체력왕의 모습까지 과시하고 있다. 박지훈이 전역하고 양희종까지 돌아오게 되면 KGC를 상대하는 팀들은 그야말로 엄청난 압박수비를 각오해야 될 듯 보인다. 그때쯤이면 문성곤의 출장시간도 어느 정도는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2015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됐던 문성곤은 한때 거품이 낀 1순위라는 혹평에 시달리기도 했다. 대학 시절의 명성과 달리 프로에서는 적응 기간이 필요했던데다 당시 KGC 멤버가 워낙 좋아서 출장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3순위로 뽑힌 KCC 송교창이 나날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상대적 비교에 자존심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의 경기력과 활약상이 이어진다면 문성곤은 어떤 선수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그가 1순위에 걸맞는 선수라는 것은 이미 입증했다. 이제부터는 자신만의 전설을 써내려 갈 차례다. 사나워질 데로 사나워진 사냥개의 이빨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물어뜯을 것이 분명하다.

 

#글 / 김종수 객원기자
 

#사진 /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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