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김태술이 벤치에서 작전판을 든 이유는? 이상범 감독의 믿음 있기에

김용호 / 기사승인 : 2019-10-14 12: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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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용호 기자] 작전타임 때 벤치에서 작전판을 들고 있는 건 보통 감독이다. 하지만, DB의 벤치에서는 그렇지 않은 때도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원주 DB는 13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창원 LG와의 1라운드 경기에서 68-53으로 승리했다. 전날 홈에서 서울 SK를 꺾고 허웅의 부상 공백을 이겨냈던 DB는 백투백에 긴 원정길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추가하며 개막 4연승을 질주, 인천 전자랜드와 공동 1위를 유지했다.

DB로서는 경기 내용에 있어서도 상당히 고무적인 부분이 많았다. 대표팀에서 DB로 돌아온 이후 부지런히 몸을 만들던 김종규의 상승세가 가파르고, 치나누 오누아쿠와 칼렙 그린은 제 몫 이상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지는 핵심은 가드 자원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는 것.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이상범 감독과의 재회를 통해 부활의 신호탄을 쏜 김태술이다. 올 시즌 김태술의 역할은 명확하다. 이상범 감독은 2017-2018시즌 김주성 코치에게 그랬던 것처럼 김태술에게 후반 승부처에 클로저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아직 많은 시간을 뛰기에는 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아껴뒀다 팀이 필요한 순간에 폭발할 수 있도록 시간을 관리해주는 것. 이에 김태술은 현재까지 4경기 평균 16분 48초를 소화하며 2.8득점 3.8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득점은 폭발적이지 않지만, 코트 위에 있는 동안 김태술이 뿌리는 패스는 DB의 공격 효율을 분명 높이고 있다.

여기에 올 시즌 DB 벤치에서는 꽤나 이색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상범 감독이 승부처 공격의 시작인 김태술에게 작전 지시의 권한을 부여한 것. 지난 9일 안양 KGC인삼공사의 경기를 앞두고 이상범 감독은 “정규리그 때는 선수들에게 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큰 줄기만 제시한다. 세세한 지적은 플레이오프 같은 단기전 때나 필요한 부분이다”라며 자신의 선수단 운영 방법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김종규에게는 수비에 신경을 많이 써달라는 단순한 주문만을 한다. 센터로서의 세부적인 플레이는 김주성 코치가 가르쳐주기 때문에, 나는 팀 디펜스만 강조한다. 이런 흐름에 있어서 올 시즌 작전 타임 때 김태술이나 윤호영에게 직접 작전을 지시할 권한을 주는 것이다”라며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실제로 13일 LG와의 경기에서도 경기 종료 50초를 남기고 불린 작전타임 때 DB의 벤치에서는 김태술이 작전판을 들고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나왔다. 그렇다면 중대한 역할을 맡게 된 당사자의 생각은 어떨까. 김태술은 “감독님이 그런 역할을 넘겨주시는 게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계속 경기를 뛰면서 어떻게 하면 팀원들이 슛을 잘 던질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고, 또 내가 크게 작전을 만드는 건 아니라서 어렵지는 않다. 감독님이 나와 선수들을 많이 믿고 계신다는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작전타임에 직접 선수들과 소통하는 건 분명한 효과가 있다고. “분명한 효과가 있다”며 말을 이어간 김태술은 “선수들과 많이 얘기를 하면서 경기 중에 뭐가 필요하고 어디를 보완해야하는 지를 알게 되기 때문에, 좋은 방향을 찾아가게 된다. 덕분에 지금 4연승의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감독님의 믿음에 굉장히 감사하다. KGC인삼공사에 있을 때도 지금처럼 선수들을 믿으면서 지도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때가 농구가 가장 많이 성장한 때였다.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만큼 더 많이 공부하면서 준비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선수들도 감독님이 코트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밀어주실 때 많이 노력해서 성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태술의 작전타임을 지켜본 김종규 역시 “전지훈련 때부터 감독님의 믿음을 많이 느꼈다. 감독님이 4쿼터 중요한 순간에 태술이 형이 들어가니까 선수들끼리 얘기해서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셨다. 감독님이 호영이 형과 태술이 형의 리더십을 많이 신뢰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대만 전지훈련은 물론 개막 전 연습경기에서도 작전타임 때 형들이 작전을 리드하는 경우가 있었다. 굉장히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김종규도 “감독님이 저를 믿어주시는 거에 감사하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믿음에 부응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며 이상범 감독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이상범 감독의 ‘믿음의 철학’은 2017-2018시즌 DB의 지휘봉을 잡을 때부터 더욱 짙어졌다. 이 감독이 성실히 경기 출전을 준비한 선수에게 실수와 상관없이 10분의 시간을 연속으로 부여했던 모습은 이제 유명한 일화가 됐다. 올 시즌에도 그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 2011-2012시즌 KGC인삼공사에서 우승을 합작했던 이상범 감독과 김태술은 DB에서 새로운 케미스트리를 뿜어내고 있다.

백투백 일정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꿀맛 같은 휴식에 돌입한 DB. 오는 21일 부산 KT와의 원정경기로 1라운드 일정을 이어가는 가운데, 다시금 컨디션 상승을 준비 중인 김태술은 물론 DB 선수들이 이상범 감독의 믿음에 어떤 보답을 해낼지 더욱 주목된다.

# 사진_ 홍기웅 기자,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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