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출전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결국 외국선수 농사는 1라운드부터 크게 순위를 좌지우지했다.
지난 31일 원주 DB와 창원 LG의 경기를 끝으로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1라운드가 종료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선수 제도에는 꽤나 큰 변화가 생겼다. 장/단신 제도를 없애며 신장 제한 역시 사라졌고, NBA 경력 제한도 풀리면서 10개 구단은 폭넓어진 선택지에 뉴페이스를 찾기 바빴다.
그렇다면 팀 당 8~10경기를 치른 현재. 외국선수는 올 시즌 순위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두 선수가 함께 뛰는 쿼터가 없어져 40분을 나눠뛰는 상황에서도 결국 두 외국선수 모두 합격점을 받은 팀들이 순위표 높은 곳에 자리해있다.

▲ 둘 다 잘 뽑았다, 고공행진 중인 세 팀
단독 1위에 자리해있는 DB는 이상범 감독이 여전히 서로 다른 스타일의 영입을 고집했고, 결국 성공으로 이어졌다. 공격형의 베테랑 칼렙 그린은 10분 초반의 시간을 소화하면서도 꾸준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다. 이 득점이 팀이 필요로 할 때 마다 나오고 있기 때문에, DB로서는 그의 효율성에 든든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수비형으로 뽑은 치나누 오누아쿠는 갑작스런 합류에도 재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DB가 새로운 산성을 구축할 수 있게 했다. 비록 어린 나이에 경험이 부족한 탓에 처음 만나는 외국선수의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2라운드부터는 첫 만남이 아닌 만큼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공동 2위를 이루고 있는 서울 SK와 인천 전자랜드도 마찬가지. SK는 오랜 시간 함께한 애런 헤인즈에 이어 자밀 워니를 택하면서 인사이드를 강화했다. 비시즌 때부터 ‘라건아에 충분히 맞설 수 있는 선수’라는 평으로 기대를 끌어모았던 워니는 잠시 부진했던 한 경기를 제오하고는 매 경기 20득점 이상을 올리며 팀의 든든한 기둥으로 자리잡았다. 헤인즈 역시 짧은 출전 시간에도 팀을 위해 쏠쏠한 득점 지원을 해주고 있다.
전자랜드는 신장 제한이 사라진 상황에서 KBL 경력자인 머피 할로웨이와 섀넌 쇼터를 택하며 많은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보란 듯이 날아올랐다. 할로웨이의 활동량과 테크닉은 객관적인 신장 열세를 지우게 했고, 쇼터 역시도 팀원들과의 매끄러운 호흡을 선보이면서 상승세를 이끌었다.

▲ 절반의 성공, 반격 노리는 중위권 선수들
두 카드를 모두 적중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중위권에 자리잡은 팀들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며 2라운드에 더 큰 반격을 준비 중이다. 먼저 시즌 판도 예상 자체를 깨버린 전주 KCC. 애초 2옵션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리온 윌리엄스는 많은 비중을 가져가며 명성대로 ‘꾸준함’을 선보이는 중이다. 지난 17일 KT를 상대로는 32점을 폭발시키는 화력을 뽐내기도 했다. 다만, 그와 시간을 나누는 조이 도시에게 다소 아쉬움이 남고 있다. 수비에서는 확실히 한 자리를 잡으며 8.7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지만, 공격력이 떨어진다.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이 15점. 아직은 국내선수들이 도시의 부족한 공격력을 알차게 메워주고 있기 때문에, 도시 스스로도 이 부분에 더 신경을 쓰면서 짐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부산 KT는 NBA 경력자만 두 명을 영입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까지는 완벽한 성공이라 보기 이르다. 바이런 멀린스와 알 쏜튼 모두 각자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긴 했다. 다만, 팀의 승리를 위해 40분의 시간을 나눠 뛰는 상황에서 두 선수가 동시에 활약한 날은 그리 많지 않았다. 4위 KCC까지는 7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5위 KT에서 5할대로 급격히 떨어지는 수치를 봤을 때, KT로서는 번갈아 터지는 외국선수의 활약이 아쉬울 법 하다.
그런가하면 안양 KGC인삼공사는 더욱 고민이 깊다.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에 자리잡고 있는 그들은 경력자 브랜든 브라운에 엄청난 운동능력을 자랑하는 장신 슈터 크리스 맥컬러와 손을 잡았다. 이미 브라운은 지난 두 시즌 동안 KBL에서의 적응력을 선보였기에, 올 시즌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평균 13분 27초를 소화하는 맥컬러는 들쭉날쭉한 적응 속도 때문에 10분 미만으로 뛴 경기도 3경기나 된다. KGC인삼공사가 상대의 수비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맥컬러가 외곽에서 확실히 살아나줘야 하는데, 9경기를 치른 현재 맥컬러의 경기당 3점슛 성공 개수는 0.9개다.

▲ 터져주기를… 속 타는 하위권
순위표 아래로 향할수록 팀 성적 만큼이나 외국선수들의 플레이에도 아쉬움이 짙어진다. 개막 3연패 후 3연승, 다시 3연패에 빠진 울산 현대모비스는 여전히 라건아가 건재하지만, 그 짐을 나눠가져야 할 자코리 윌리엄스가 좀처럼 폭발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40분을 나눠 뛰는데 라건아의 평균 출전 시간이 31분 47초다. 아무리 튼튼한 라건아라지만, 아이라 클라크도 11월 첫 휴식기 이후 출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윌리엄스가 올라와주지 못한다면 결국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한 쪽의 과부하가 걱정되는 건 고양 오리온도 마찬가지. 유일한 가드 외국선수인 조던 하워드가 고군분투 중인 가운데, 오리온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마커스 랜드리의 대체 선수, 올루 아숄루에 대한 고민이 많다. 파워 하나는 확실하지만, 워낙 투박한 플레이에 폭발 가능성이 있을지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앞선에서 멱살잡이를 하워드도 비중을 크게 가져가면서 최근 하락세가 오고 있다. 3경기 연속 20득점 이상으로 폭발력을 보이다가, 최근 두 경기에서는 평균 12.5득점에 그쳤다. 오리온으로서는 아숄루의 반전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하위권에 머물러있는 서울 삼성은 닉 미네라스, 델로이 제임스 둘 모두에 대한 쓰임새를 확실히 정하지 못한 모양새다. 특히 화끈한 공격력으로 시선을 끌어모았던 미네라스는 득점력이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한 상태. 제임스도 시즌 초반에 비하면 하향 곡선을 크게 그렸다가 최근 다시 컨디션을 되찾은 모습이다. 두 외국선수가 동시에 기복을 겪으면서 삼성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끝으로 최하위 LG는 바로 하루 전, 비로소 희망을 보기 시작했다. 캐디 라렌이 평가에 걸맞는 활약을 꾸준히 펼쳤던 가운데, 지난 27일 KCC 전을 끝으로 버논 맥클린과의 이별을 택한 LG. 그 대체로 영입된 마이크 해리스가 31일 DB 전에서 데뷔, 41점을 폭발시키는 괴력을 드러냈다. 다만, 라렌과 해리스 모두 공격력이 확실한 만큼 승부처에서 투입 밸런스를 조절하는 게 중요해보인다. DB 전에서는 해리스의 맹활약에도 불구, 오랜 시간 휴식을 취하다 연장전에 급히 투입된 라렌이 부진하면서 패배를 떠안기도 했다.
이제 팀 뿐만 아니라 외국선수들도 서로에 대한 전초전이 끝났다. 1일 인천 전자랜드와 전주 KCC의 경기로 2라운드가 시작되는 가운데, 전력 파악이 더해진 외국선수들이 과연 2라운드 순위표를 어떻게 뒤흔들지 주목된다.
#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한명석, 신승규, ,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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